세계적인 투자대가 워런 버핏에게 배짱을 튕기는 중국 업체가 있다. 버핏은 계열사를 통해 지난해 9월 2억3100만달러에 이 회사 주식 10%를 사들인 이후 꾸준히 지분 확대를 요청했지만 아직도 오케이 사인을 받지 못했다. 버핏이 1년 만에 거둔 평가익은 11억달러를 웃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이 회사 주가가 6배 수준으로 뛴 덕분이다. 주인공은 중국 전지 및 자동차업체 BYD다.

왕촨푸 BYD 회장(41)은 최근 반기 실적발표회에서 "버핏 측의 끊임없는 요청에도 지분을 더 매각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왕 회장은 1995년 창업한 BYD를 세계 2위 휴대폰 전지업체로 키운 인물로 요즘 전기차 상용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언론은 '전지 대왕' 왕 회장이 '전기차 대왕'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전한다.
"버핏, 기다려봐" 中 BYD의 배짱
◆전기처럼 빠른 전기차가 꿈

BYD는 1995년 설립됐지만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건 2003년이다. 시안에 있는 자동차회사 인수로 자동차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인 지난해 말 플러그인 자동차 'F3DM'을 선보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플러그인 전기차 '시보레 볼트' 시판 예정시기보다 2년 앞선 것이다. BYD는 중국 내 지방정부와 기업에 F3DM을 100여대 판매한 데 이어 이달부터 개인 상대 판매를 시작했다. 이어 올 4분기엔 전기로만 달리는 완전한 전기차 'E6'를 출시한다. BYD는 'E6'로 내년에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으로,현재 미국 심사규정에 맞춰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것으로 GM이 플러그인 전기차를 내놓는 시점에 순수한 전기차로 맞붙겠다는 것이다. 왕 회장은 "'E6'는 한 번 충전해 400㎞를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왕 회장은 2025년까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900만대 판매해 세계 1위 승용차기업이 되겠다는 꿈을 숨기지 않는다. BYD의 핵심 기술인 전기차용 전지는 이미 다국적 자동차업체들의 구애 대상이다. 폭스바겐이 최근 BYD와 협력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다른 업체들도 BYD로부터 전기차용 전지를 납품받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인해전술로 세계 1위 되겠다"

왕 회장은 값싼 노동력과 고급 인력을 동원한 인해전술로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가 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중난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왕 회장이 안정적인 국영기업 자리를 박차고 창업할 때 직원은 10여명이었지만 지금 BYD는 10만명의 직원과 1만명의 엔지니어를 두고 있다. 왕 회장은 "직원을 30만명,엔지니어를 3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이들이 나의 자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개발프로젝트의 책임자로 나설 만큼 연구개발(R&D)에도 직접 관여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동차 서적을 쌓아두고 독파할 만큼 탐구형이다.

물론 올해 판매 목표가 40만대에 불과한 중국 업체가 세계 전기차 시장을 휩쓸겠다는 꿈이 과욕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측면 지원을 받고 있는 데다 버핏이 구애하는 기업으로 알려지면서 성장에 탄력을 받고 있다. 올 상반기에 판매한 자동차는 18만대로 전년 동기의 1.5배에 달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