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Li),마그네슘(Mg),티탄(Ti)….'

포스코 미래성장전략실 임직원들은 요즘 실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틈날 때마다 원소주기율표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아예 사무실 책상에 표를 붙여두는 직원들도 있다. 원소주기율표는 말 그대로 원소기호와 원자번호 등이 순서대로 적혀 있는 표다. 굴뚝 기업인 포스코에 원소주기율표가 등장한 이유는 따로 있다. 미래 첨단 산업용 소재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정준양 회장이 올해 초 취임과 동시에 조직한 미래성장전략실에서 원소주기율표는 포스코의 변화전략을 풀어가는 실마리로 통한다.



◆왜 리튬 개발 사업인가

차세대 자원 확보에 나선 포스코의 첫 번째 타깃은 리튬.리튬은 휴대폰 및 노트북 배터리,세라믹 등 산업 전방위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희귀금속이다. 전기 · 하이브리드카가 급부상하면서 더욱 주목받는 추세다.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리튬이온전지)에 들어가는 양극제의 핵심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특히 볼리비아 등 해외 리튬 광산에 대한 지분참여 등을 통해 광물을 확보하는 대신 리튬을 직접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24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해양 리튬추출 상용화 연구 · 개발(R&D)'에 합의,사업 본격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회사 관계자는 "리튬이온전지가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충전이 가능한 전지)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판단해 지질연과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바닷물에 녹아 있는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150억원을 투입하는 한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소속 연구원들을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2014년쯤 상용화에 성공하면 대량생산 설비 투자도 단행할 방침이다. 향후 리튬 수요확대를 감안해 연산 20만t 규모의 플랜트 설비를 갖추는데 최소 1조~2조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금성 자산만 5조원이 넘어 투자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다.

◆전기차시장 커지며 2012년께 리튬 공급부족

전기 · 하이브리드카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세계 리튬 배터리 시장은 내년 7억달러 규모에서 2020년에는 401억달러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2012년부터 리튬 공급량이 모자랄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에는 리튬 수요량이 공급량의 1.65배에 달해 연간 24만t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강섭 지질연 책임연구원은 "리튬 수요량 증가에 대비한 국내 대책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실정"이라며 "리튬 보유국의 자원무기화가 예상돼 직접 리튬을 생산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태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중국은 세계 3위 리튬 매장국인데도 볼리비아 등을 상대로 자원외교를 강화하고 있다"며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수요가 대폭 증가하는 추세여서 리튬 확보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해양 리튬 추출 기술 상용화에 따른 경제성 여부.특허기술이전 전문업체인 세종기술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포스코가 이 기술을 활용,대량생산 설비를 통해 2020년 30만t의 리튬을 추출할 경우 최대 2조원가량의 영업이익과 5000억원가량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설비투자 후 3~4년 정도면 본전을 뽑는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단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실제 리튬 생산 과정에서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지 여부가 최종적으로 대량생산 설비투자를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리튬 생산과 동시에 해상 풍력발전이 가능한 플랜트 건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 위에서는 풍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바다 밑으로는 리튬을 추출해내는 복합 플랜트를 지어 수익성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리튬뿐만 아니라 마그네슘,티타늄 등의 신소재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전남 순천에 연산 3000t 규모의 마그네슘 판재공장을 준공했다. 티타늄 판재에 대한 연구 및 투자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플라스틱보다 재활용성과 전자파 차단력 등이 뛰어난 첨단소재를 만들어 세계적인 종합 소재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이정선/장창민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