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기대감은 확대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기준 중소기업의 은행권 대출 연체율은 2.10%로, 전월말의 1.86%보다 무려 0.24%p나 높아져 다시 2%대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중소기업들이 대금 대신 받은 A급 어음 등을 가지고 명동을 찾고 있지만 좀처럼 자금 마련이 수월치 않다.

31일 기업신용정보 제공업체인 중앙인터빌에 따르면 경기회복이 더뎌지면서 서울 명동 어음중개시장에서 A급 어음이나 베서보증 어음도 할인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고 자칫 금액이 큰 어음을 받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진성어음을 발행하며 유동성을 조절한다. 진성어음은 속칭 '물대'라 해 기업들의 물품이나 용역, 서비스에 대한 대금으로 발행한다. 진성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이 더 이상 여의치 않아지면 융통어음을 발행하게 된다. 융통어음은 물품, 서비스 등의 거래가 동반되지 않은 자금조달용 '차용증' 형태로 발행된다.

어음은 사채업자들의 자체 신용평가에 의해 A, B, C급으로 분류돼 제각각 다른 이자율이 적용된다. C급으로도 취급되지 않을 경우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할인이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담보를 제공하거나 당좌수표를 견질로 제공하기도 하지만 어음 할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육류가공업을 하는 A사는 어음할인이 어려워 다양한 배서자를 내세우고 나중에는 어음액면 금액보다도 큰 당좌수표를 견질로 제시했다. 하지만 사채업자들에게는 외면당했다.

같은 회사 발행어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시간이 문제지 반드시 탈이 생긴다는게 사채업자들의 경험칙이다.

최근 주거용 건물 건설업을 영위하는 외감업체 B사의 경우 재무구조에 특별한 이상이나 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크지도 않은 어음할인이 거절되고 있다. 과거에는 5000만원 정도의 어음은 수월하게 할인이 됐음에도 불구, 최근에는 3000만원짜리도 거절 당하고 있다.

딱히 이유가 없다. 과거 차관회의 허위 보고 사실이나 과거 3억원 정도의 어음이 나와 거절된 경력 등이 이유인 것으로 예상될 뿐이다. 명동 사채시장에 한번 어음 거절이 나오면 소문이 급속히 확대돼 기업의 신용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앙인터빌 백재용 과장은 "명동에서 'A급이면 다할인되, 배서보증세우면 다할인되'라는 이야기는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일뿐"이라며 "좋은 어음일지라도 금액이나 시기가 맞아야 하며, 배서 및 담보, 견질수표 등은 사후관리에 대한 보완책일 뿐 발행업체의 재무제표 및 기업가치가 우선된다"고 말했다.

백 과장은 "지금 명동시장에서는 어음이 품귀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어음이나 할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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