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주식보다는 회사채와 제3국 국채 등에 더 많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벅셔해서웨이가 미국 증권감독당국에 제출한 2분기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외국 정부 발행 국채는 6월 말 현재 111억달러 규모로 3월 말(96억달러)보다 15.6% 늘었다. 특히 2분기 중 고정금리 상품에 26억달러를 투자한 반면 주식은 3억5000만달러어치만 샀다. 분기 기준으로 5년 만에 가장 적게 주식에 투자한 것이다.

주식 예찬론자인 버핏이 주식을 외면하고 대신 수익률이 정해진 외국 국채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주식에 대한 염증이 생겼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버핏이 유망하다고 투자한 비행기 임대업체인 넷제트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며,버핏이 기회 있을 때마다 좋은 주식이라고 극찬한 웰스파고는 배당을 확 줄였다. 버핏은 국제유가가 정점일 때 정유업체인 코노코필립스에 투자해 적잖게 마음고생을 했다.

워싱턴에 있는 아메리칸대의 제럴드 마틴 금융학 교수는 "버핏이 변동성이 큰 주식보다는 안정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금융위기로 채권 금리는 크게 치솟았다. 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골드만삭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에 투자한 것도 연간 10%의 확정이자를 염두에 둔 것이란 설명이다.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1년 동안 벅셔해서웨이가 고정 배당을 전제로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180억달러에 달한다.

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집중 매수한 또 다른 이유로는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를 꼽을 수 있다.

마틴 교수는 "버핏 회장이 미국 인플레이션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악성으로 진행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