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본의 금융지주회사 지분소유 제한을 4%에서 9%로 확대하는 금융지주회사법이 오는 10월10일 시행되면 은행 민영화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기존의 민간 금융지주회사들은 자본 규모가 큰 데다 경영도 안정돼 있어 산업자본의 지분한도 확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지동현 KB금융지주 전략담당 부사장은 "현재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지분을 9%까지 급격하게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23일 말했다.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23일 종가 기준 19조9000억원으로 지분 9%를 확보하려면 1조7000억원이 들어간다. 이 정도 자금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의 기업 사금고화 우려에 대해서도 지 부사장은 "금융지주회사의 경영투명성이 높은데다 사외이사나 내부고발자 등 감시자가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범수 신한금융지주 재무담당 부사장은 지분제한보다는 당국의 규제 때문에 대기업들의 은행 지분 참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경우 산업자본이 은행의 대주주가 되면 금융당국이 해당 자본을 은행지주회사로 간주해 규제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은행 지분 참여가 활발하지 않다"며 "한국도 금융위 사전승인이나 대주주-은행 간 거래제한 등 각종 규제장치가 많아 산업자본이 은행 경영에 참여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또 "9%를 가진 특정 기업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도 외국계 기관투자가 등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민영화가 거론되고 있는 은행들에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 완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민정서법 때문에 외국자본에 경영권을 넘겨주지 못하고 국내 산업자본과 연기금에는 지분제한 규정 때문에 인수할 주체가 없었던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라며 "앞으로 문호가 활짝 열리는 만큼 민영화를 성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여건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지주는 특히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은행지주회사 주식 보유 한도가 종전 9%에서 아예 없어진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공적 연기금이 단독으로 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데다 산업자본이나 사모투자펀드(PEF),연기금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게 됐다"며 "이렇게 되면 산업자본 2~3개가 연합해 지분 20~30%만으로도 지주회사를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지주회사들은 이번 법안에 포함된 자회사 간 임직원 겸직,업무위탁 허용범위 확대,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출자한도 확대 등이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지주사 간 인수합병(M&A)을 활성화시키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했다.

유창재/김인식/강동균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