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자동차그룹이 공격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미래 자동차시장의 주력이 될 것으로 확실시되는 친환경 · 지능형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에 총력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삼성그룹 등과 '자동차 · 반도체 상생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스마트키,자동주차 · 배터리센서용 칩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 등과 협력,지능형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취지다. 지능형 자동차 제조에 필수적인 전자장비 비중은 1980년대 자동차 가격의 1%에 머물렀지만 현재 20%대로 높아졌고 2015년엔 4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서다.

현대 · 기아차는 이달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하는 등 친환경차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지난 8일 현대차가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카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출시한데 이어 기아차도 15일 포르테 하이브리드 LPi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차량 개발을 위해 현대차는 3년7개월간 2500억원,기아차는 2년1개월간 2400억원을 투입했다.

현대 · 기아차는 최근 출시한 하이브리드카의 친환경성 및 동력 성능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첨단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저탄소 청정연료인 LPG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국내 최저인 99g/㎞로 낮췄다. 최대 출력 114마력의 LPI 엔진과 20마력급 15㎾ 모터를 장착,경쟁 수입차인 혼다 시빅하이브리드(엔진 최대 출력 92마력, 20마력급 15㎾ 모터 장착)보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 등에서 앞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 · 기아차는 친환경차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내년 쏘나타 가솔린 하이브리드를,기아차는 2011년 로체급 가솔린 하이브리드를 각각 출시,내수는 물론 수출도 추진한다. 현대 · 기아차는 내년 3만대의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하고 2018년까지 50만대를 양산키로 했다. 2012년부터는 수소연료전지차를 조기 상용화하고 2013년에는 가정에서 직접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 · 기아차는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위기에 빠진 올해를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기회로 설정하고 공격적인 마케팅도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연초부터 미국 소비자들이 차를 산 후 1년 뒤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시행 기세를 몰아 2월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에서 중간광고를 집행한데 이어,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방송에도 처음 광고를 내보냈다. 이달 초부터는 신차 구매자에게 1년 동안 휘발유 주유비를 지원하는 '현대 어슈어런스 개스 락 보장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캐나다 시장에서 현대차의 어슈어런스와 유사한 할부채무 면제 프로그램인 '인테그러티 어드밴티지'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GM의 파산보호로 문을 닫은 GM 브랜드 '새턴' 딜러들을 대상으로 선별 영입작업에 착수했다. 기아차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중산층 백인 거주지역 등에서의 판매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640개 수준인 미국 딜러를 연말까지 70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은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두 회사의 올 상반기 미국 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고치인 7.4%로 올라서면서 일본 닛산을 제치고 판매량 순위 6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차도 지난 상반기 도요타 닛산 등 일본업체를 제치고 중국 시장점유율이 7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자회사인 현대모비스는 이달 초 열린 32번째 창립기념식에서 글로벌 톱 5 부품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내놓고,고부가가치 핵심 부품의 매출 비중을 현재 30% 수준에서 2015년엔 5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R&D에 모든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2015년까지 1조2000억원을 R&D에 투입하고 현재 1000명 수준인 전문 연구인력도 2000명 이상으로 확충키로 했다. 경기 용인 기술연구소도 선행기술연구센터와 양산기술연구센터로 양분,선행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총 5조8000억원을 투자,2011년까지 8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 중이다. 현대제철은 올해만 2조원을 제철소 건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