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자동차용 리튬 · 이온 전지 부문에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SB리모티브가 니켈 · 수소 전지 전문업체인 코바시스를 인수한 까닭은 뭘까. 전기 자동차용 전지시장의 대세가 리튬 · 이온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지만 두 가지 팩 기술을 모두 확보해 시너지를 극대화 시키겠다는 게 SB리모티브의 모회사인 삼성SDI 측 설명이다.

리튬 · 이온은 니켈 · 수소 전지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2~3배가량 높다. 배터리 수명에도 차이가 있다. 니켈 · 수소 제품은 5년마다 교체해야 하지만 리튬 · 이온전지는 10년을 버틴다. GM 등 전기자동차 양산에 나선 자동차 업체들이 일제히 리튬 · 이온 배터리를 선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엇비슷한 출력을 내는 리튬 · 이온과 니켈 · 수소 전지의 가격 차이는 3배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자동차는 전지 가격이 전체 자동차 가격의 3분의 1에 달한다"며 "리튬 · 이온 전지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천천히 떨어질 경우 니켈 · 수소 진영의 우위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체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니켈 · 수소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5.3%로 예상된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개척한 도요타가 니켈 · 수소 전지를 채택하면서 리튬 · 이온 전지 진영과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전기 자동차용 니켈 · 수소 전지의 올해 시장 규모는 9억6000만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전체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니켈 · 수소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줄지만 시장 규모는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의 성장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JP모건은 2015년이 되면 전체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니켈 · 수소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2.4%까지 떨어지겠지만 시장 규모는 올해의 두 배가 넘는 21억6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니켈 · 수소 전지 사업을 시작한 국내 업체는 SB리모티브가 처음이다. GM과 현대자동차 등에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인 LG화학은 리튬 · 이온 전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