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및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에 수요가 몰리면서 국채 수익률이 급락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8일 미 재무부가 실시한 190억달러어치 10년 만기 국채 입찰 경쟁률(응찰 대비 낙찰비율)은 3.28대 1을 기록해 지난달 경쟁률(2.62대 1)보다 높아졌다. 특히 외국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입찰에서 외국 중앙은행의 매수 비중은 43.9%로,6월 평균 매수 비중(34.2%)보다 높아졌다. 전날 있었던 3년 만기 국채의 외국 중앙은행 매수율은 54%였다.

외국 중앙은행 등 해외 투자가들의 국채 수요가 살아나면서 이날 뉴욕 채권 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14%포인트 급락한 연 3.31%를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월18일 미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하루 기준으로 최대폭 하락한 것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6월11일 연 4%를 돌파한 후 하향세를 보여왔다.

당시 미 국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은 연방정부의 국채 발행이 수요를 훨씬 웃돌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2분기 기업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데다 미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물량 압박에 대한 우려가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

이날 세계 최대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는 2분기 4억5400만달러 손실을 내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분기 중 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평균 순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 감소하고 3분기에는 2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어닝 시즌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악화된 고용지표 △주택 시장 침체 지속 △소비 회복 지연 등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촉발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위험자산인 주식 시장이 요즘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MF글로벌의 앤드루 브레너 구조화상품 및 이머징마켓 책임자는 "모든 경제지표가 '딸꾹질(일시적 하락)하는' 경제를 가리키면서 미 국채 수요가 폭증했다"고 평가했다. 앤드루 리치먼 선트러스트 개인자산운용 담당자도 "아직 경기침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국채 가격 상승(수익률 하락) 행진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