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로 취임 1년째를 맞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표정이 요즘 밝지 않다. 고민도 많고 걱정거리도 쌓여있다.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할까. 취임한 지 두 달이 채 안된 작년 8월에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다.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는 마당에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라 해도 어찌해볼 방법이 없었다.

'세계 30위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팔성 회장 취임사)은 고사하고 살아남는 것 자체가 중요해진 혼돈의 시기를 맞았다.

외채 만기연장이 어려워지는가 싶더니 연체율이 오르고 이익은 급감했다.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목표 이행각서(MOU)는 작년 말에 지키지 못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모든 것을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논리가 잘 서지 않아 고민이다. KB 신한 등 다른 금융그룹들에 비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처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 총 1조6000여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파생상품 투자 실패로 인한 출혈이 너무 컸다.

이에 대한 책임규명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데다 예금보험공사의 징계 문제도 남아있다. 이 문제는 이 회장이 취임하기 전에 발생한 것이어서 부담이 없다. 하지만 예보가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를 보고 책임을 물을 예정이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우리금융을 짓누르는 또 다른 숙제는 증자다. 올 하반기에 금융위기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본충실도를 높여 놔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주주인 정부는 움직일 생각을 않고 있다.

증자에 참여하자니 '공적 자금을 또 넣느냐'는 비난이 쏟아지지 않을까 두렵고,3자 배정 증자를 하자니 정부 지분이 희석될 것 같아 내키지 않아 한다는 전언이다. 반면 경쟁사인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유상증자를 마쳤고 KB금융지주도 조만간 증자를 할 예정이어서 우리금융지주의 증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도 골칫거리다. 금융 민영화에 있어서만큼은 최우선 고려 대상이었던 우리금융이 어느 틈엔가 산업은행에 밀려나 버렸다. 원래는 2005년 말까지 의무적으로 민영화하게 돼 있었던 것이 1~2년씩 연기되더니 작년엔 아예 민영화 시한이 삭제됐고 이제는 누구도 우리금융 민영화 플랜을 내놓지 않는다. 민영화는 차일피일 미루면서 증자를 하지 않는 정부가 야속하지만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맞기는 했지만 '민영화와 글로벌화'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그룹 전 임직원과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준비단계로 전략적 코스트다운(비용 절감)운동을 전 그룹 차원에서 펼치고 있다"며 "2만6000여명의 그룹 전 임직원이 업무 처리 과정의 낭비적 요소를 줄이고 효율을 높임으로써 그룹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경영환경이 악화될 때마다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시적인 비용 줄이기와는 차원이 다른 비용 절감 노력을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게 우리금융 측의 설명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