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대로에 있는 수입차 매장의 월 임대료가 6500만원입니다. 이게 다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매장의 강남 밀집 현상이 사라져야 진정한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겁니다. "

안영석 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41 · 사진)은 업계 최연소 최고 경영자(CEO)다. 그래서인지 파격적이고 거침없다. 인터뷰의 첫 일성은 의외로 비싼 수입차 가격에 대한 비판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비싼 게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젖어 있습니다. 수입차 업계는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

안 사장은 수입차 가격 거품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강남 밀집 현상을 꼽았다. 그는 "강남 수입차 매장이 한 달에 내야 할 고정비는 임대료를 포함해 인건비,전기세 등 1억2000만원 가량"이라며 "한 대 팔아 100만원 정도 이익을 남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싼 값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처럼 경기가 악화되는 시기에 강남 밀집 현상은 딜러의 목을 죈다. 출혈 경쟁을 하면서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안 사장은 수입차 매장이 하루 빨리 교외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 10월에 진출하는)도요타가 첫 매장을 교외에 내기를 내심 바랐어요. 도요타같은 상위 브랜드가 결단을 내려주면 크라이슬러도 바로 따라갈 작정이었죠.하지만 결국 값비싼 강남 요지에 매장이 들어서더군요. "

이야기는 크라이슬러 본사에 대한 것으로 흘렀다. 안 사장은 "크라이슬러를 비롯 미국 빅3는 이미 겪을 만한 악재는 모두 겪었다"며 "바닥을 확인했고,노조도 무파업을 선언한 이상 다시 한번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본사가 휘청거리는 위기의 순간에도 안 사장은 괄목할만한 실적을 냈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1100여대를 팔았고,하반기 성수기를 지나면 올해 3000대 판매목표를 채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자는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겸양을 보였지만 안 사장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그가 말하는 비결은 딜러 중시 경영과 과감한 마케팅이다. 대형 세단 300C 모델에 대해 6월까지 평생 무상 서비스란 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이 상황에서 당신들이 장사 잘할 수 있으면 와 봐라"며 미국 본사를 '협박 반 설득 반' 끝에 따냈다.

GM에 넘어가기까지 대우자동차에 몸담으면서 해외 시장을 누볐던 경험도 큰 자산이다. 안 사장은 "본사가 흔들릴 때 해외 지사를 지켜내는 일은 참 힘들었다"며 "그때 겪었던 경험들이 알게 모르게 자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직원들에게 "우리는 분명이 이겨낼 수 있다. 다만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합병이 결론나면서 안 사장은 새로운 구상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피아트의 중소형차를 한국에 들여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는 "4개 모델이 적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직은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