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판매보수 문제를 다양한 판매채널을 만들어 해결했다. 여러 판매채널 간 경쟁을 통해 보수 인하를 유도한 것이다.

미국도 1970년대에 우리와 같은 높은 판매보수 문제를 겪었다. 당시 펀드 판매의 90%가 증권사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70년대 중반 증시 침체를 계기로 미국 투자자들이 펀드보수 등의 투자비용에 민감해지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1975년 '펀드보수 자유화 조치'를 내놨다. 이는 판매채널이 다양해지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개인과 판매사 간 합의에 따라 판매금액의 최고 8.5% 이내에서 판매 수수료와 보수를 정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해 판매시장에 많은 사업자가 뛰어들게 됐다.

이와 함께 SEC는 1980년 '12b-1'이라는 보수 규정도 만들었다. 이 규정은 뮤추얼펀드 자산의 최대 0.75%만 판매 및 광고비용으로 쓸 수 있게 제한했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이 증권사에만 목을 매지 않고 마케팅과 펀드 광고를 강화하며 펀드 직접 판매에 나서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후에도 판매 규제들이 지속적으로 완화돼 많은 판매채널이 등장했다. 1992년 미국의 최대 펀드 할인 체인인 찰스 슈왑은 판매보수만 남기고 판매 수수료 없이 25개 운용사의 700여개 펀드를 온라인을 통해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펀드슈퍼마켓'의 등장이다.

한국의 보험판매사처럼 독립 FP(파이낸셜플래너)도 탄생했다. IFA(독립펀드판매사)를 정부에서 허용해주자 독립FP들이 출현해 모든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7년 기준으로 11만여명이 독립FP로 활동하고 있다. 퇴직연금으로 가입한 펀드를 제외하면 10명 중 8명의 미국인이 FP를 통해 펀드에 가입했다. 또 절반가량의 미국 투자자들은 2명 이상의 FP와 거래하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사 외에 다양한 판매채널이 만들어지자 판매보수는 판매사 간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낮아졌다. 펀드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펀드 가운데 60% 이상이 판매 수수료가 없는 '노 로드 펀드'(No Load Fund)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