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조선(회장 문귀호)은 경남 통영에 위치한 중소형 조선업체다. 부지는 4만2900㎡ 규모로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회사 슬로건 '작지만 강한 회사'(Small But Strongest)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세계 속의 조선업체다. 지난해에만 1만3000t급 고부가가치 선박인 화학제품 운반선 16척을 건조해 해외 선주에게 인도했다. 매출액도 5198억원을 기록,2007년 2800억원보다 85.6%나 증가했다. 올해도 17척을 건조해 매출액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52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지난해에는 '3억불 수출탑'도 수상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설계 기술력이다. 중소형 조선사 중 드물게 기본설계부터 생산설계까지 모든 설계를 자체적으로 소화해낸다. 회사 관계자는 "주문 생산이라는 선박의 특성상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고유의 설계능력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설계인력만 120명에 이른다. 본사 직영 인력 400여명 중 30% 규모다. 이처럼 중소형 조선사가 설계를 중요시하는 것은 창업자인 문귀호 회장이 10년간 조선소에 근무하면서 중소형 선박의 설계기술을 확보하지 않고는 결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설계 분야를 집중 육성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은 선박 1척을 완성해 인도하는 기간을 평균 22일로 단축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인도한 16척 선박은 계약 납기일보다 평균 50일을 앞당겼다. 단위 면적(㎡)당 매출액도 약 1만달러에 달해 대형 조선사의 단위 면적(㎡)당 평균 매출액 약 5000달러보다 높았다.

이 회사의 수주 잔량(건조 및 인도 대기 중인 선박 수량)은 금액으로 14억달러,선박 수로는 46척에 이른다. 이는 3년치 일감을 확보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문 회장은 "세계적 조선 분석기관인 클락슨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 회사는 세계시장 점유율 63위,건조량은 45위에 랭크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최근 들어 조선기술 수출을 위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4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조선업 발전을 위한 세미나'에 문 회장이 초청돼 특별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이 회사는 5월31일부터 6월2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한 · 아세안 CEO 서밋'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선사 및 엔지니어링사 등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한국조선기자재연구원,중소조선연구원,경남테크노파크,한국중소형조선협회,월드이엔지를 포함한 조선기자재 6개사와 산 · 연 공동 컨소시엄 MOU를 맺고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문 회장은 "IMO 국제협약에 따라 오는 2012년부터 의무 장착해야 하는 '선박 밸러스트 수처리 장치'(사진)와 '선박용 미생물 조사장치'의 연구개발을 지난달 끝내고 현재 IMO에서 최종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며 "벌써 선주들의 구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앞으로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