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추며 입단속…지배구조 개선 부담

9년을 끌어온 에버랜드 사건이 법정에서 무죄 취지로 결론남에 따라 삼성그룹은 오랜 시름을 덜게 됐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룹 안팎에서는 오랜 기간 진행된 사건이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그룹 수뇌부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투자 등 경영 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한껏 몸을 낮추면서 입조심을 하고 있다.

이번 판결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면죄부는 아니라며 시민단체들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계속되고 있고, 삼성 스스로 지난해 4월에 했던 개선 약속도 있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보고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해보기 전에는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판결로 경영권 승계의 장애물을 해결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 대한 외부의 관심도 그룹 입장에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이 전무는 현장 경험을 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어 당장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어떻게 지배구조가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룹 경영권과는 관계가 없지만,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사건을 다시 고법에서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 그룹 내부에서는 그전에 경영권 문제를 언급하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공식 논평을 통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논란이 마무리되길 기대한다며 판결은 환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