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봉급생활자 세금 감면과 중소기업 자금 지원 등을 골자로 한 168억홍콩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홍콩 문회보는 27일 최근 15개월 사이에 네 번째로 경기부양책이 마련됐다며 1분기 성장률이 1998년 이후 11년 만에 최악인 -7.8%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결과라고 보도했다. 총 18개 항목에 걸친 이번 부양책에 따라 봉급생활자 83만5000명가량이 올해 소득세를 면제받고 56만5000명은 최대 8000홍콩달러(약 130만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또 사업 등록세 1년간 면제,교육 펀드 확충,정부 토지 이용료 인하 등의 조치도 포함돼 있다.

존 창 재정사장(경제부총리)은 "홍콩 정부는 선제적인 대응책을 계속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경기가 나아지지 않을 경우 추가로 부양책을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1분기 홍콩의 수출은 1954년 이후 55년 만에 최대 폭인 22.7%나 급감하고,고정자산 투자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중국 본토와 해외로부터 자금 유입이 급증하면서 홍콩의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 들어 홍콩 주택 가격은 13% 급등했다. 항셍지수도 18% 올랐다. 지금처럼 각국의 통화가치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달러 페그제를 택하고 있는 홍콩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고 있다. 특히 홍콩 증시는 중국 본토의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동성 또한 풍부하다.

또 홍콩에 집을 사두려는 본토인들이 늘어나면서 주택 가격도 오름세다. 홍콩 2위 부동산업체인 순 흥 카이가 올초 고급 콘도미니엄 분양을 시작했는데 신청인의 30%를 본토인이 차지하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홍콩 부동산업체 센털라인의 토머스 리는 "많은 중국 본토인들에게 홍콩 부동산을 갖는 것은 부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박성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