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금리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산시장에 거품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조기에 인상,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물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통화당국이 단기간 내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적지만 금리의 방향은 이르면 올해 안에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3개월째 동결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정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2.0%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2월 2.0%로 내린 이후 3월부터 3개월째 동결이다. 시중 금리가 현 수준에서 추가적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금리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지난해 4분기에 비해 경기 하강 속도가 둔화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도 줄어들었다. 제조업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로는 두 자릿수의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전월 대비로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금융시장에 이어 실물 부문에서도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선진국 시장의 전망이 썩 좋지 않지만 경기 하강 속도가 뚜렷하게 완만해지고 있다"며 "작년 말이나 올해 초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리 바닥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금리 조기 인상론도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4일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부동산시장 과열 등 자산시장 거품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며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4분기께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확장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자산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일 경우 금리 인상을 포함한 유동성 흡수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승세 전환돼도 급등 가능성 적어

은행 예금 금리도 현재 수준이 바닥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3월 저축성 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2.97%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은행권에서는 향후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탈하는 '머니 무브(money move)'에 대응해 예 · 적금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만기가 6개월 미만인 단기 예금의 비중이 30%를 넘어서는 등 불안정해고 있는 자금 조달 구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 구조를 장기화해 자금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는 게 현재 은행권의 공통된 과제"라며 "단기 예금의 금리는 그대로 두더라도 만기 1년 이상 장기 예금의 금리를 올려 시중 자금을 은행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더라도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 경기가 뚜렷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렸다가는 자칫 경기가 다시 꺾이면서 장기 불황에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더라도 경기가 확실하게 돌아서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다는 신호만 나와도 시장에서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과잉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실물경기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을 때 금리를 올려도 늦지 않다"며 "기준금리는 연말까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