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내외 경제 여건을 돌이켜볼 때 한국경제가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을 고려했을 때 향후 1~2년이 지나더라도 예전의 경제 구조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나 지난해 연말이나 올초에 비해 확연히 개선된 것은 분명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올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경제상황이 상당히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 또한 어렵지만 지난 4~5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는 한국경제에 닥쳐올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게 아니냐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변동성 확대와 관련,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꼭 수출 측면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 1500원까지 육박했던 환율과 1300원, 1200원대로 낮아진 환율이 수출에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환율이라는 게 가격 변수라는 점에서 경제 각 분야의 현상을 반영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제기하는 수출 측면에서의 접근에 아닌 종합적인 판단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경제가 경기사이클상 변곡점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경기변곡점 통과는 마이너스 성장 폭의 축소를 뜻한다고 답했다.

그는 "변곡점이라는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급속히 위축되던 우리 경제가 최근 개선된 제반 여건을 고려했을 때 그 위축 속도가 완만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플러스로 돌아선 모습은 아니나 이를 변곡점으로 표현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종 지표를 보더라도 올초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했던 당시와는 사뭇 개선된 주변 상황을 고려한다면 경기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며 "최근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경기변곡점 발언 등 다른 나라에서 나오는 시장 인식과 기본적으로 궤를 함께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융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과잉 유동성에 대해 당국의 인위적인 조정이 아닌 시중 저축자들이 조정할 문제라며 단기성 자금의 경우도 시장이 올바른 투자처를 찾아 자연스럽게 자금 이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유동성 증가 속도와 관련한 판단은 시장이 지표상 기준을 어디에 두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광의지표로 봐서는 유동성이 둔화됐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유동성이 늘었다면 M1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동성 과잉이냐 아니냐 여부는 실물경제와의 관계에서 금융중개 기능이 원활히 돌아가는지에 대한 판단이 우선시돼야 할 문제"라며 "최근 단기 유동성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 역시 충분한 모니터링은 하고 있지만 당국의 인위적인 조정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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