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4대 시중은행인 ANZ은행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스미스는 "호주 경제가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9일 올해 전반기(2008년 10월~3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호주 경제가 다른 주요 선진국처럼 깊은 침체에 빠졌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NZ은행은 올 전반기 수익이 지난해 후반기(2008년 4월~9월)에 비해 무려 28% 하락한 14억호주달러(1조3천400억원 상당)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엇비슷해 이익은 냈지만 그 규모가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이유는 악성부채 때문이다.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 상환 불능, 신용카드 연체 등 부채가 급증하면서 수익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NAB은행과 커먼웰스은행의 수익은 각각 20억호주달러(1조9천억원 상당)로 나타났으며 웨스트팩은행은 다음주중 반기결산을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 금리가 여전히 높은데다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모기지 상환 불능상태에 빠지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등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돼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며 앞으로도 수익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모기지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정부가 경기를 부양한다면서 대규모 재정지출에 나섰고 이에 맞춰 호주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사상최저수준으로 낮춰 모기지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수익이 줄어들었다며 모기지 금리를 올릴 태세다.

은행들은 이미 RBA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모기지 금리 등 대출금리를 더이상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히려 4대 시중은행들은 이미 모기지 금리 등 대출금리를 소폭 상향조정했으며 추가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웨인 스완 재무부장관은 "이미 여러차례 언급했듯이 호주인들은 은행들이 가급적 빨리 모기지 금리를 내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은행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호주 시중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역행해가면서 모기지 금리 어느 선까지 인상할지 관심거리다.

(시드니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