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원어치 팔아 영업익 59원

지난해 세계 경기침체로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도 저하돼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재무건전성이 나쁜 기업을 중심으로 도산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 1천원어치 팔아 영업익 59원, 순익 25원
28일 한국은행이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제13호)'에 따르면 2008년 상장기업(금융기관 제외) 1천600여 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9%로 전년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상품 1천 원어치를 팔아 59원의 이익을 올렸다는 뜻이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도 전년의 6.0%에서 3.5%포인트 급감한 2.5%를 기록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타격이 컸다.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6.9%에서 2008년 6.1%로 하락했다.

세계 시장의 수요 위축으로 전기전자, 운송장비업종의 대형기업과 해외수주 비중이 높은 건설업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데 따른 것이다.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3.2%에서 2008년 4.8%로 오히려 상승했다.

하지만 매출액 순이익률은 이 기간 -1.4%에서 -4.4%로 뒷걸음쳤다.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은 늘었으나 환율이 상승하면서 외화부채의 평가손실과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크게 늘어났기때문으로 분석됐다.

◇ 재무건전성, 현금흐름도 빨간불
외부충격에 대한 감내 능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지난해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102.5%로 2003년 102.4% 이후 처음으로 100%를 넘었다.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최근 몇년간 꾸준히 하락해 2007년에는 82.6%까지 떨어졌으나, 지난해에는 인수합병(M&A) 관련 차입과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다시 상승했다.

중소기업의 부채비율도 전년의 69.1%에서 지난해 82.1%로 높아졌다.

기업들의 현금흐름도 나빠졌다.

현금으로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부담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 보상 비율은 대기업의 경우 전년의 223.2%에서 지난해 96.3%로 급락했다.

재고가 쌓이고 외상 거래(매출채권)가 늘어나면서 현금이 제대로 돌지 않은 탓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금융부채가 늘어난 가운데 수익성,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고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능력도 떨어지고 있어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은 저하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아직 기업 경영과 관련한 심각한 불안상황은 나타나지 않았다"라면서도 "세계 금융불안과 경제 침체 여파로 재무건전성이 낮은 기업의 채무 감내능력이 약화하면서 도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