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전무, 일본 전자업체 방문

'창조경영'으로 글로벌 전자업계의 선두주자로 나선 삼성전자가 `역발상'으로 전세계 게임기 산업을 평정한 일본의 닌텐도와 협력을 강화한다.

15일 삼성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지난 13일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닌텐도, 소니, 도시바, 소프트뱅크, KDDI, 캐논 등 일본의 주요 전자 및 통신업체들을 방문하고 해당업체 CEO들과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

이 전무는 이날 부품(DS) 부문장인 이윤우 부회장과 동행해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을 만난 데 이어 오는 16일에는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전무는 KDDI 등 일본의 통신업체를 방문할 때는 완제품(DMC) 부문장인 최지성 사장과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최고 경영진과 삼성 후계자인 이 전무가 닌텐도를 방문한 것은 `역발상' 경영으로 게임기 산업을 휩쓴 닌텐도가 삼성이 추구하는 `창조경영' 모델에 가장 부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교육적이고, 건강에 좋지 않으며, 청소년들이나 하는 것 정도로 인식됐던 게임기를 두뇌발달에 이롭고 교육적이며, 온 세대가 즐길 수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생활정보기기로 바꿔놓은 닌텐도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닌텐도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그래픽 DDR 등 메모리 제품을 구매하는 주요 거래선 가운데 하나라는 점도 고려됐다.

이 관계자는 "닌텐도는 우리가 추구하려고 하는 창조경영 모델에 맞는 회사"라며 "화투를 만드는 작은 회사에서 게임기의 절대강자로 등극했는데 발상을 바꿔서 게임기를 온가족이 즐기는 생활정보기기로 만들어 시장 자체를 바꿔버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방문의 의미에 대해 "부품공급 계약에 서명하기 위해 일본에 간 것은 아니고 거래선과의 협력관계 강화 등 신춘 인사의 성격이 강하다"며 "이 전무 등은 금주말이나 내주 초쯤 귀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협의회에서는 `글로벌 선진기업에서 배우는 위기경영'을 주제로 삼성경제연구소 정기영 소장이 도요타, GE, 인텔 등 35개 기업의 사례를 설명했다.

정 소장의 강연에서도 닌텐도가 삼성이 배워야 할 모범사례로 등장했다.

정 소장은 "지금 경제위기의 특징으로 광속화, 융복합화, 범세계화"라고 설명했다.

광속화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3개월만에 대부분 글로벌 대기업의 손익이 급감해 위기 전개를 예측하거나 대응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고, 융복합화는 금융과 실물 위기가 맞물린 복합불황이라는 것이며, 범세계화는 전세계가 동시에 위기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소장은 "선진기업에서 재무유연성과 소프트경쟁력을 배워야 한다"며 "두 가지 측면에서 뛰어난 기업을 초일류군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애플과 닌텐도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닌텐도의 위(Wii)는 미국 가정용 게임기 시장의 55%를 장악하는 등 게임기 시장의 절대 강자로 등극했고, 공개적으로 `자신의 경쟁자는 휴대전화'라고 말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경제위기속에서도 초일류 기업은 신규시장과 고객 공략을 강화하고 혁신 제품 출시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이어 "글로벌 선진기업 35개 가운데 애플과 닌텐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선(先)수비 후(後)공격 형태"라며 "저부가가치 생산시설 폐쇄, 인력 구조조정, 투자축소 등 수비를 먼저 한 후 나중에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방식이며, 대부분 불황 장기화에 대비해 구조조정을 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마지막으로 위기극복에서 중요한 것이 CEO의 마음관리"라며 "위기극복의 전도사로 현장과 대화를 통해 위기 실상을 임직원에게 명확히 알리고 불안감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