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2305억원을 투입해 건립하는 종합직업체험관(잡월드)이 내달 착공한다. 하지만 정작 이 사업의 벤치마킹 모델인 일본의 직업체험관(와타시노 시고토칸,교토 소재)은 이용자 감소에 따른 수익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내년에 문을 닫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업 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노동부에 따르면 한국의 잡월드로 이름 붙여진 종합직업체험관은 이달 중 시공업체를 선정하고 내달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한다. 2305억원이 투입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지상 4층,연면적 3만8460㎡ 규모로 지어지며 2011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잡월드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직업을 안내하기 위한 테마파크로 기획됐다. 직업세계관 체험관 진로설계관 등으로 구성돼 다양한 직업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직업에 대한 이해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경영 금융 문화 예술 공공서비스 등 일반 업종별 직업은 물론 우주센터(우주비행사),화석발굴현장(고고학자) 등 이색 직업 체험현장도 마련된다. 또 직업 적성검사와 진로상담,취업 정보 교류 등을 통해 청년층 실업난을 완화한다는 의도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잡월드가 수익 부진에 시달리다 결국 폐쇄되는 일본의 직업체험관을 벤치마킹해 기획됐다는 점이다. 일본 직업체험관의 운영 주체인 고용 · 능력개발기구는 내년 중 체험관의 문을 닫기로 최근 결정하고 매각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일본의 직업체험관은 2003년 건립돼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경기 불황의 여파와 시민들의 외면으로 곧바로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2007년에는 20억엔(약 270억원)에 달했다. 한국의 잡월드는 일본의 직업체험관(연면적 3만5000㎡)보다 더 크게 지어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실패한 모델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실패한다고 예단할 수는 없지만 자칫하다간 혈세만 낭비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2004년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당시 보고서에서 "일본의 인구나 실업률이 한국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보다 더 큰 규모의 직업체험관 설립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규모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사업계획을 주문하고 있다. 이의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박사는 "일본 직업체험관은 수학여행지로 인기가 높다는 이유로 교토 인근에 건립됐지만 도심과 멀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지고 콘텐츠가 부실해 외면받았다"며 "잡월드는 이런 점을 면밀히 분석해 주변 시설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수요층 역시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