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으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88)이 29일 오후 별세했다.

양 전 회장은 지난 1949년 부친과 함께 부산에 설립한 국제고무공업사를 설립, '왕자표 신발'을 생산했으며 한국전쟁 중에는 군수품을 생산하기도 했다.

1963년에는 신발류와 비닐제품 생산업체 진양화학을 세워 1970년대초 신발 수출 붐을 타고 급성장했다.

양 전 회장은 이후 직물가공업체 성창섬유와 국제상선, 신동제지, 동해투자금융 등을 잇따라 창업하고 동서증권, 동우산업, 조광무역, 국제토건, 국제종합엔지니어링, 원풍산업 등을 인수하면서 재계 서열 7위의 대기업(국제그룹)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1985년 전두환 정권 아래 국제그룹이 해체되면서, 주력 계열사였던 국제종합건설과 동서증권은 극동건설그룹에, 나머지 계열사와 국제그룹 사옥은 한일그룹에 각각 넘어갔다.

이후 양 전 회장은 정부를 상대로 국제그룹 해체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벌여 승소했지만, 이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자금 유포 사건 등에 휘말리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결국 그룹 재건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양희원 ICC대표와 사위 권영수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이현엽 충남대 교수, 김정욱 세종대 교수, 왕정홍 감사원 행정지원실장 등이 있으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영안실(02-3010-2631)에 마련됐다.

발인은 4월1일 오전 9시이고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