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앞두고 노후설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 미국 주식형 펀드 대부분이 40~50%의 손실을 봤으며 이 과정에서 2조달러에 이르는 근로자 퇴직자산이 증발했다. 주식으로 많은 돈을 잃고,부동산 가격까지 급락하면서 50~60대 퇴직예정자들의 노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경기침체 여파로 근로자 노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불황으로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기업이 늘면서 근로자들은 미래를 위한 저축은 고사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퇴직금마저 중간정산해 대출금 상환 등에 소진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파산이 잇따르면서 지난해 퇴직금도 못받고 길거리에 내몰린 근로자 수도 27만명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노후를 위한 근로자들의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최후의 보루'인 퇴직금을 지키기 위해 퇴직연금 제도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한다. 퇴직연금제도는 과거 퇴직할 때 한꺼번에 받던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도록 해 노후생활자금을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퇴직금을 일시에 받으면 한꺼번에 다 날릴 수 있지만 연금으로 나눠받게 되면 노후소득을 장기적,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퇴직연금제도는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두 가지가 있다. DB형은 퇴직 이후 받는 연금수령액이 미리 확정된 형태이고,DC형은 회사에서 매년 퇴직금을 개인계좌에 넣어주면 근로자가 자신의 판단으로 투자해 운용실적에 따른 연금수령액을 받는 형태다.

DB형과 DC형 중 어느 방식이 근로자에게 유리한지는 임금체계나 임금상승률 및 회사상황 등에 따라 달라진다. 통상 DB형은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기업의 근로자나 안전중시형 근로자에게 유리하며,DC형은 임금상승률이 낮거나 회사의 건전성이 의심되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과 같은 금융불안 시기엔 기업 책임 하에 노후자금의 안정적 운용을 담보할 수 있는 DB형이 효과적이다. DB형의 경우 기업이 운용하므로 근로자 개개인이 투자책임을 지는 DC형에 비해 노후대비를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격적 투자성향을 지닌 근로자라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이 이뤄진 뒤 DB제도에 가입하고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개인퇴직계좌(IRA)를 통해 DC형에 들면 된다.

현재는 DC형에 대해서만 IRA를 통해 추가 납입할 수 있지만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DB형에 가입한다면 DB형으로 안정적인 연금을,IRA를 통해 추가수익을 얻을 수 있는 형태가 가능해 안정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