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08년 국민계정(잠정)'은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환란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추락해 금융위기의 충격이 상당함을 보여줬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다시 1만9천달러대로 후퇴했고 올해는 1만5천달러 안팎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소비를 비롯한 내수를 짓누르면서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 실질 GNI 환란후 첫 마이너스
작년도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전년도 보다 0.8%가 줄어들어 환란 당시인 98년(-8.3%) 이후 최악을 나타냈다.

실질 GNI 증가율은 환란이후 ▲1999년 9.4% ▲2001년 3.3% ▲2003년 2.5% ▲2005년 2.6% ▲2007년 4.8% 등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한은은 국제 원자재의 수입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됨에 따라 실질무역 손실 규모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도 실질무역 손실액은 49조7천558억원으로 전년의 16조8천278억원에 비해 3배로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작년에 국제 유가.

원자재 등 수입물가가 크게 올랐는데 비해 수출물가는 그 만큼 상승하지 못해 무역손실액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GNI는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 손익과 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등을 가감한 것으로 실질적인 소득수준을 말한다.

따라서 실질GNI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는 것은 그 만큼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추락했다는 뜻이다.

◇ 1인당 국민소득도 줄어
명목기준의 1인당 GNI도 1만9천231달러로 전년의 2만1천695달러에 비해 줄었다.

1인당 GNI는 2000년 1만1천292달러에서 2001년 1만631달러로 소폭 떨어졌다가 2002년 1만2천100달러, 2003년 1만3천460달러, 2004년 1만5천82달러, 2005년 1만7천531달러, 2006년 1만9천722달러 등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1인당 GNI가 줄어든 것은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작년에 1천23조9천억원으로 전년의 975조원보다 5.0%가 증가하면서 1천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평균 18.7% 상승하면서 달러기준으로 11.5% 줄어든 9천287억달러에 머물렀다.

올해는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1인당 GNI가 1만5천달러 안팎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 -4.0% ▲물가 지표인 GDP디플레이터 2.1% ▲연평균 원.달러 환율 1,300원 ▲추계 인구 4천874만7천명으로 가정할 때 1인당 GDP는 1만4천690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달러기준 1인당 GDP와 GNI의 규모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1인당 GNI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이 경영연구실 송태정 연구위원의 전망이다.

전반적인 소득악화가 진행되면서 국민들의 저축도 크게 줄었다.

개인 순저축률은 작년에 2.5%로 2002년 0.4% 이후 가장 낮았다.

개인순저축률은 2003년 4.8%, 2004년 8.4%, 2005년 6.5%, 2006년 4.7% 등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2007년 2.6%로 추락했다.

최 국장은 "특히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인 저축률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개인 순저축률은 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어느정도를 저축하는 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 작년 성장률 2.2%로 하향
지난해 실질 GDP 증가율이 기존에 발표된 2.5%(속보치)에서 2.2%로 낮아졌다.

이는 성장률 추계의 기준연도를 2000년에서 2005년으로 변경한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기준연도 개편과 함께 추계 방식도 `고정가중법'에서 `연쇄가중법'으로 변경했다.

국내총생산은 한 해 동안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총 부가가치로 생산량과 가격을 곱해 산출되는데 이때 기준연도 가격에 고정해 생산량 증가분만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가 실질 GDP다.

기존에는 품목별 가격과 가중치가 모두 2000년에 맞춰져 있어 2000년 이후 변화된 산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한은은 기준년 개편으로 IT 산업의 비중이 하락한 것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나 LCD 등 IT제품의 국제 가격이 추세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떨어졌지만, 기존에는 2000년 가격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그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준년 개편과 별도로 건설투자증가율이 예상보다 낮아진 점도 일부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속보치 발표 때 예상했던 작년 연말의 건설투자 실적이 실제로 더 나빴다는 의미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이준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