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硏 "상당한 시간 지나야 효과 나타날 듯"

지난해 9월 1일 정부가 정유사 간 공급 경쟁을 촉진해 기름 값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며 '상표표시제'를 폐지했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의 소비자가격 하락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이런 소비자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상표표시제란 한 주유소에서 특정 정유사 폴사인을 달고 해당 정유사의 석유제품만 팔도록 규정한 것으로 '폴사인제'라고 불린다.

폴사인제 폐지에 따라 현재 각 주유소는 특정 정유사 상표를 게시했어도 혼합판매 사실만 표시하면 다른 정유사 제품을 팔거나 여러 정유사 기름을 섞어 팔 수도 있다.

19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상표표시제 폐지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는 주유소가 복수의 정유사 석유제품을 취급할 때에만 기대할 수 있다.

폴사인제라는 족쇄가 사라졌는데도 주유소들은 복수의 정유회사 석유제품을 취급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정유회사 석유제품을 혼합해 판매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석유제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우려한 탓이다.

도리어 주유소들은 특정 정유사 폴의 게양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폴사인제를 규정한 상표표시제 고시가 없어진 지 6개월째로 접어들지만, 현재까지 폴사인을 바꾸거나 복수 폴사인을 내걸고 여러 정유사의 제품을 같이 팔겠다고 나서는 주유소는 거의 없다.

여기에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독점적인 공급계약도 주유소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정 정유사와 맺은 전속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유소가 다른 정유사와 자유로운 공급계약을 맺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연구소 측은 "상표표시제 폐지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려면 새로운 시장여건 조성이 요구되며, 따라서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