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3일 에버랜드 전직 사장인 `허태학ㆍ박노빈씨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함에 따라 그 배경에 법조계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법관 전원이 판단하는 게 삼성그룹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관심사다.

◇ 대법원장 첫 배제 = `허ㆍ박씨 사건'은 2007년 5월 항소심 선고가 내려지고 피고인과 검사 모두 상고해 김능환 대법관을 주심으로 한 소부(小部)가 맡았었다.

그러던 중 2007년 말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촉발됐고 작년 4월 이건희 전 회장이 에버랜드 경영진의 공범으로 기소됐다.

이 전 회장의 상고심은 김지형 대법관을 주심으로 한 소부에 배당됐으며 삼성특검법상 항소심 선고일(2008년 10월10일)로부터 두 달 안에 선고돼야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를 넘기도록 선고일을 잡지 않았고 두 건의 사건을 각각 맡은 8명의 대법관 사이에 의견합치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전원합의체에 부치지 않고, 심지어 지난달 18일 소부까지 전면 개편돼 일부에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넘기면 변호사 시절 허ㆍ박씨 사건을 변호했던 이용훈 대법원장을 재판에서 배제해야 해 가급적 소부에서 사건을 끝내려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법원 1부(김영란 이홍훈 김능환 차한성)는 결국 구성원이 개편된 지 24일 만에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기는 절차를 밟기로 했고, 이 전 회장 사건도 쟁점이 중복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두 사건 모두 대법관 전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이 구체적인 사유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1부 소속 대법관들의 의견합치가 이뤄지지 않는데다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판단하기로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에버랜드 측을 변호했던 이 대법원장과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안대희 대법관은 형사소송법상 제척사유에 해당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11명의 대법관이 재판을 하게 된다.

특정 사건에 관계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에서 빠지거나 두 명의 대법관이 한꺼번에 배제되는 것은 우리나라 사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 유.무죄는 예측 불가 = 삼성사건이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받게 됐다고 해서 유.무죄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저가에 발행한 행위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인지를 놓고 두 사건의 하급심이 유ㆍ무죄를 정반대로 판결했다.

허ㆍ박씨 사건의 경우 1ㆍ2심 재판부는 각각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에버랜드의 적정 주가가 얼마인지 알 수 없다고 판단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에버랜드의 적정주가가 최소 1만4천825원은 된다고 보고 검찰 논리와 마찬가지로 특경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반면 이 전 회장의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주주들이 스스로 결정해 실권했기 때문에 배임죄를 물을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항소심은 더 나아가 주주배정 방식이든 제3자 배정방식이든 회사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합의 내용은 철저한 비밀이라서 그동안 대법관 8명의 의견이 어떻게 갈렸는지 알 수 없으며 이 원장과 안 대법관을 제외한 11명의 대법관이 어떻게 판단할지 전망하기도 어렵다.

전원합의체는 참여 대법관의 다수결로 유ㆍ무죄를 판단한다.

아울러 이 사건을 맡지 않았던 대법관도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검토해야 하고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두 사건 가운데 한 사건은 파기환송돼야 하기 때문에 최종 결론이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11명의 대법관 가운데 `촛불재판 개입 의혹'에 휘말린 신영철 대법관의 거취도 16일 오후 진상조사단의 발표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