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역업체가 파키스탄에 미사일의 맨 앞쪽 부품인 '노즈 콘'도 판매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무역회사 '웨스턴 트레이딩'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1980년을 전후해 미안 모하마드 파루크라는 파키스탄인 사업가로부터 '노즈 콘'을 주문받았다고 24일 밝혔다.

'노즈 콘'은 미사일의 앞쪽에 장치되는 탄두나 기타 전자장치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직원은 '노즈 콘'의 도면을 들고 일본 내 제조업체들에 제작을 의뢰하려 했지만 업체들이 어디로 팔려나가는지를 알자 모두 제조를 거부해 거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직원은 파루크에게 고리형 자석을 판매해 민간 화물기로 상품을 배송했으며, 칸 박사측과 전원공급장치용 인버터를 판매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 상품을 인도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판매된 고리형 자석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제조하기 위한 핵심 부품이라는 점을 칸 박사가 인정했다고 회상했다.

일본 최고의 전자현미경 제조업체 JEOL의 한 전직 영업담당자도 칸 박사의 연구실에 전자현미경 2대와 X선 분광기 1대를 판매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국가 기밀로 여겼던 칸 박사의 연구실에 설치 담당 직원들을 들여보낼 수 없어 파키스탄인들에게 설치 방법을 교육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칸 박사가 동료들과 함께 축구공 같은 구형 물체 앞에서 파키스탄의 모국어인 우르두어(語)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봤다며 "(원자폭탄의) 기폭 장치를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사실들을 공개한 전직 직원들은 그런 장비들을 왜 굳이 파키스탄에 수출하려 했느냐는 질문에 "상품을 팔고 회사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라거나 "단순한 사업이었다"고 답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