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사와 은행들이 한때 서로 고객으로 모시려고 경쟁하던 헤지펀드들을 천덕꾸러기 취급하며 돈줄을 조이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헤지펀드가 높은 비용을 물면서 다른 자금조달 창구를 찾고 있으며 청산 또는 합병에 나서는 펀드도 늘어나는 등 헤지펀드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증권사들이 금융위기에 잘 견딜 수 있는 헤지펀드와 그렇지 않은 헤지펀드를 구분해 서비스를 차별화하면서 수 백개에 달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자금공급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금융권은 1998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설립자인 존 메리웨더가 운영하는 주력 펀드에 대한 자금공급을 줄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메리웨더는 차입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수익에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권은 케네스 그리핀의 시타델 인베스트먼트 그룹에 대해서도 주식을 매각하고 금융거래를 통한 자금조달을 줄이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이 그룹 산하 최대 펀드는 지난해 54%의 손실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대형펀드인 글렌뷰 캐피털 매니지먼트와의 거래에서 쓴맛을 본 뒤 파이낸싱 비용을 인상했고, JP모건체이스도 일부 펀드들에 대한 파이낸싱 조건을 강화했다.

물론 소형펀드들은 월가의 자금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독자 생존할 수 있고 수익이 다시 늘거나 투자자들의 자금을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금융권의 '비선호' 리스트에 오르는 것이 반드시 해당 헤지펀드에 대한 사형선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무어 캐피털 매니지먼트나 튜더 인베스트먼트, SAC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등은 월가 은행으로부터 자금조달뿐 아니라 주식분석이나 거래자료 제공,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진 소개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서비스를 받는 'A-리스트'에 올라 있다.

하지만, 많은 헤지펀드는 빌린 자금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자금공급이 줄면 실적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개 이상의 펀드가 너무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거나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B-리스트'에 속해있다.

금융권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펀드들의 순위를 매겨 부진한 펀드들을 골라내고 있다.

고객들을 대신해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코네티컷주 그리니치 소재 쿡파인 캐피털 LLC의 스콧 베이커는 "우리 레이더 스크린에는 50∼75명의 매니저가 있다"면서 "지난 몇 달 동안 그 리스트를 약 25% 줄였다.

"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