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이 불황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세운 경영 화두는 도전이다. 지금의 그룹을 만든 핵심 키워드이자 앞으로 불황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방향타 역할을 할 최적의 경영 이념을 도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강덕수 회장도 올 신년사를 통해 "창업기 때의 도전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도전의 주 무대는 '해외'로 정했다. 작년에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 중국 다롄 조선해양기지와 새롭게 STX 식구가 된 STX유럽(옛 아커야즈)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매진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28조원)보다 10% 정도 늘어난 30조원으로 잡았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성장의 기회로 삼기 위해 그동안 소홀했던 남미와 아프리카 등 신규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기로 했다. 다만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해운업이 당분간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해 세전 이익은 올해(1조5000억원)보다 30%가량 적은 1조원으로 목표치를 낮췄다. 강 회장은 "지금까지는 경쟁 기업을 상대로 싸워 왔지만 지금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자체와 맞서야 한다"며 "올해 경영 목표는 기존의 틀에 박힌 사고와 조직 체계로는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창의적 조직문화 창출에 힘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조선 · 기계에서 총 18조원의 매출을 올릴 방침이다. 지난해 매출 14조원보다 4조원 늘어난 규모다. 매출 확대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올해부터 STX그룹의 중국 생산거점인 'STX다롄조선소'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여기서 완공되는 배도 여러 척이다. 다롄조선소가 올해 본격적으로 매출을 일으키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작년 말 인수한 STX유럽과의 시너지 효과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크루즈선과 특수선을 중심으로 STX유럽의 신규 수주도 늘릴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남미와 아프리카 등 신규 시장을 통한 외형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해운 · 무역 부문의 매출 목표는 10조원으로 정했다. 작년(11조5000억원)보다는 1조5000억원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1만을 넘던 벌크선 운임지수(BDI)가 한때 1000선 아래로 곤두박질 치는 등 해운업 시황이 좋지 않아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추정했다. 경영 전략도 '불황 모드'로 전환했다. 무리하게 선단을 늘리기보다는 수익성 높은 화물 위주로 '실속형 영업'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벌크선 위주로 운영되던 사업 포트폴리오도 LNG(액화천연가스)선과 자동차운반선 컨테이너선 등으로 다각화하기로 했다.

STX그룹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도 병행한다. 조선에서 해운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된 사업 구조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에너지 산업의 두 축은 신재생 에너지와 해외 자원개발이다. 에너지 광물 곡물 수자원 등의 자원 개발과 풍력 태양력 등 신재생 에너지,발전 사업 등에서 2012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해 신성장 동력으로서 확실히 자리 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