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시위·파업 등 사회불안 촉발

올해 말까지 전세계 5천만개 일자리 사라져


"전 세계 경제위기로 촉발된 불안정이 테러리즘을 능가하면서 미국이 직면한 최대의 안보 위협이 됐다.

"
데니스 블레어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최근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이다.

파리의 변호사에서부터 중국 공장 근로자, 콜롬비아의 경호원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실업자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7년 말 미국에서 시작된 경기침체 때문에 올해 말까지 전 세계에서 5천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미국에서만 일자리 360만 개가 없어졌다.

유례없이 치솟는 실업률 때문에 특히 젊은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시위와 파업이 벌어지는 등 실업은 사회불안 요소로 비화한 지 오래다.

라트비아, 칠레, 그리스, 불가리아, 아이슬란드 등에서는 이미 시위가 벌어졌고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파업도 발생했다.

특히 경제위기의 타격이 큰 아이슬란드에서는 지난주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확산돼 연정이 무너지는 등 정치불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브뤼셀 소재 브뤼겔 연구소의 니콜라 베롱 연구원은 "모든 사람이 실업 증가속도에 매우 놀라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부 선진국에서는 교역을 희생해서라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보호주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동유럽 등의 신흥국가에서는 자유시장주의 경제가 쇠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15일 미국의 이른바 '바이아메리카' 조항뿐 아니라 일부 유럽 국가의 경기부양책에서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이는 보호주의에 따른 '무역전쟁'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근로자를 고용한 데 항의하는 발전소 근로자들의 항의시위가 벌어졌고 프랑스는 자국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자동차업체에 자금을 지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말 전 세계의 경제성장이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올해 선진국 경제가 마이너스 2%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성장이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딕슨은 현재 6.3% 수준인 영국 실업률이 내년 중반에는 9.5%로 치솟고 독일은 7.8%에서 10.5%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부터 비교적 충격이 덜했던 일본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각국도 이젠 수출이 감소하면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실업 '삭풍'은 공장근로자뿐 아니라 고도의 능력을 보유한 사무직 근로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며, 유럽.북미.아시아에 이어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도 실업사태의 여파가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로랑 보키에즈 프랑스 고용 장관은 "(실업사태가) 1929년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면서 "새로운 것은 이번 사태가 전 세계적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