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자금 투입 계획이 발표됐지만 집행은 더디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돈가뭄은 풀리지 않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 한은 국책금융기관 등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작년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잇달아 발표한 원화 및 외화 유동성 공급과 지급보증 계획을 합하면 모두 390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연간 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284조5000억원의 1.37배에 이르는 규모다. 그러나 최근까지 집행된 자금은 132조2000억원으로 발표된 액수의 33.9%로 계산됐다.

외환시장은 당국의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으나 아직 정상 상태로 돌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이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4개월여 동안 시중에 푼 외화자금은 385억달러(약 51조5000억원,환율 1337원37전 적용)로 당초 발표한 총 외화 유동성 공급액 550억달러(약 73조5000억원)의 70%에 이른다.

원화 자금시장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부가 각각 9000억원과 2000억원을 출연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작년 9월 이후 보증 규모를 총 5조6000억원(신보 3조9000억원,기보 1조7000억원) 늘렸다.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 역시 작년 12월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절반에 불과한 5조원 규모로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달 단기 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에 20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리는 등 자금시장이 단기 부동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여전하다.
정부, 위기극복 자금집행 더디다
한국은행의 파격적인 금리 인하로 2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연 3.78%로 낮아졌지만 같은 만기의 신용등급 AA- 회사채와 신용등급 BBB- 회사채는 수익률이 각각 연 7.49%,연 12.42%로 여전히 높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은 여전히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은행들도 우량 대기업을 위주로 대출함에 따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자금 경색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까지 미치려면 채권펀드의 적극적인 자금 집행 등을 통해 마찰적 신용 경색을 해소하고 부실 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신용위험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차기현 기자/연합뉴스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