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지난해 미 소비지출 증가율이 4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구매력이 큰 미국인들이 소비를 꺼리면서 미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수요 감소로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2일 지난해 소비지출이 3.6% 늘어나는 데 그쳐 1961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특히 월별로는 지난해 12월 소비지출이 전월보다 1% 줄어드는 등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미국의 소비지출이 6개월 연속 감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 소비지출은 8.9% 줄어 상무부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가장 많이 위축됐다.

수요 감소의 요인으로는 소득 감소와 저축 증가를 꼽을 수 있다. 12월 개인소득은 전달에 비해 0.2%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세후 소득 대비 저축률은 3.6%로 높아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1980년대 초 10%대에서 계속 떨어지던 저축률이 연말께 1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업률 증가도 소비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킨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7.2%였던 실업률은 연말께 8~9%대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소비자금융이 얼어붙은 점도 소비를 위축시켰다. 이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3개월 동안 60% 이상의 은행들이 신용카드 및 오토론 등의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미 경제에서 71%를 차지하는 소비가 곤두박질치면서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것이란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나이겔 걸트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지출 감소세가 당분간 이어져 1분기 미국 성장률이 5% 이상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경기부양법안의 신속한 의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