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000억달러(작년 기준) 규모로 세계 최대인 미국 정부 조달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올해 2500억달러가량을 정부 조달에 추가 투자할 예정인 데다,이 가운데 상당액이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IT) 분야에 배정돼 있어서다.

틈새 수출처로 떠오른 미국 조달 시장

'돈 쓰는 정부를 잡아라'.KOTRA가 올해 수출 활성화를 위해 꼽은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정부 조달시장이 국내 중소기업들에는 수출 확대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오바마 정부가 내놓은 '미국 경기 회복 및 재투자계획(ARRP)'상의 IT 육성책이 대표적이다. 오혁종 KOTRA 구미팀장은 "올해 추가 정부 조달 예산으로 잡힌 2500억달러 가운데 인터넷망 확충을 위해 60억달러,보건의료 IT 시스템 확충에 200억달러가 각각 배정돼 있다"며 "정부 조달 예산은 아니지만 재생에너지 및 그린 산업 육성을 위한 1500억달러 역시 대부분 IT 융합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연방정부에 납품 자격을 갖고 있는 미국 현지 프라임 컨트랙터(prime contractor)들이 대거 한국을 찾기도 했다. KOTRA 주최로 최근 열린 '바이코리아 2009' 행사에 NISH(연간 7억달러 규모) 등 14개 대형 프라임 컨트랙터들이 방한한 것.장수영 KOTRA 홍보팀 차장은 "미국 국방부에 납품하는 현지 컨트랙터가 사막 등 악조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노트북 구매를 위해 방한,현재 국내 업체와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활짝 열린 기회의 문

'제로'에 가깝던 국내 기업들의 진출도 작년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송유황 KOTRA 워싱턴센터장은 "국내 기업의 미국 연방정부 공급 규모는 2006년 547만달러(주한미군 조달분 제외)에 불과했지만 최근 태블릿 PC를 제조하는 이디테일이 미국 조달시장 최대 납품업체인 잉그램 마이크로와 1억달러(2년간)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계 프라임 컨트랙터인 캐런리 엔터프라이즈(karenleeenterprise.com)의 피터 리 부사장은 "IT 분야에서도 차세대 조명으로 불리는 LED 제품을 비롯해 에너지 절약형 IT기기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한 · 미 FTA가 발효될 경우 입찰시 과거 수주 실적을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사라지는 등 기회의 문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회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미국 정부 조달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문턱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와 관련,피터 리 부사장은 "한국 기업이 직접 납품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장애인,여성 기업 등 납품 우선권을 가진 현지 컨트랙터들과 접촉하는 게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길게는 7년까지 제품 테스트를 요구받는 경우도 있다"며 "장기 전략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도 국내 기업이 명심해야 할 점"이라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