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KTF 합병 문제로 통신업계에 반(反)KT 전선이 형성되는 등 민감한 시기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3개 통신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모임을 가졌다. 최 위원장은 2일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이석채 KT 사장,정만원 SK텔레콤 사장,박종응 LG데이콤 사장 등과 90분간 오찬을하며 담소를 나눴다. 이날 오찬은 최 위원장이 지난주 각 업체에 연락해 성사됐다.

최 위원장은 오찬 직후 "모두 잘하자는 취지로 모임을 가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KT 이 사장도 "함께 잘해보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오찬 중에 "경제가 어려운데 통신업계가 나서서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한편 해외 시장에 진출해 경제 회복에 일조하자"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통신업계 사장이 바뀌어 얼굴을 익히고 소통을 잘하자는 취지에서 위원장이 만든 자리"라며 "미디어 빅뱅 시대의 중심축이 될 만한 통신업체들과 투자 활성화,인터넷TV(IPTV) 문제 등을 격의없이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찬 모임은 밖에까지 웃음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SK와 LG 통신계열이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목소리로 KT-KTF 합병을 강력히 반대해온 것과는 사뭇 달랐다. SK텔레콤 정 사장은 "KT-KTF 합병 등 현안은 언급되지 않았다"며 "최근 2만명을 감원한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를 예로 들면서 참석자들이 우리나라 경제를 우려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모임은 배석자 없이 위원장과 통신업계 대표 CEO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모임 전부터 통신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당초 KT-KTF 합병을 놓고 최 위원장이 업계 의견을 직접 수렴하기 위해 비공개 모임을 가지려다 언론에 회동 소식이 흘러나가자 대화가 일반적인 수준에 머무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