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한화 컨소시엄과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협상이 무산된 것은 전적으로 한화 측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당연히 몰취할 수 있다고 22일 밝혔다. 또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지는 않되 선박 해양 플랜트 건설 등 각 부문의 사업 재편을 검토하고 향후 원활한 매각을 위해 분할 매각 등의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정인성 산은 부행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한화 컨소시엄과 체결한 양해각서가 해제됐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부행장은 "한화가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양해각서의 규정과 다른 사항을 요구하면서 정당한 이유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했고 최근 한화가 제출한 자금조달 계획서상 인수자금이 매각 대금에 크게 못 미쳤다"고 말했다.

산은은 이에 따라 3000억원이 넘는 이행보증금을 양해각서에 정해진 대로 몰취하기로 했다. 이 돈은 지분 비율대로 자산관리공사와 배분해 기업들을 지원하는 산업금융 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정 부행장은 또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에 대해 "인적 · 물적 구조조정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내에 선박 해양 플랜트 건설 등 여러 파트가 있는데 이런 형태로 가져가면 마이너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의 각 부문을 키우겠다"고 말해 사업 재편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6조원이나 되는 큰 덩치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에 원활한 매각을 위해 다른 기술적 방법이 없는지 모색해 보겠다"고 밝혀 분할 매각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이날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어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에 따른 대책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금춘수 경영기획실 사장은 "전대미문의 금융위기 아래에서 계약 성사를 위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으나 수용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급격한 조선경기 위축으로 인수 대상 기업의 부실 규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 방해로 정밀실사 없이 본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해외 사업장을 방문 중인 김승연 회장은 금 사장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에 큰 아쉬움을 전하고 다른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