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핵심으로 한 사장단 인사를 실시한 데 이어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영업, 기술 등 산업 현장을 우선하는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18일 삼성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19일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전 계열사가 일제히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이번 인사는 지난 16일 단행된 사장단 인사에 뒤이은 것으로 세대교체,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현장 강화를 기본 방향으로 이루어진 사장단 인사와 마찬가지로 최근 악화되고 있는 경기침체 극복을 목표로 실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이미 경제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간소화하고 의사결정 단계를 축소하는 대신에 관리, 지원 인력을 현장으로 배치하는 '현장강화형' 조직개편 계획을 밝혔다.

실험적 시도에 가까운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조직개편 및 현장 강화 움직임은 삼성 전계열사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위기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는 재계와 산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소비가 극도로 위축돼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위기 상황에서 생산과 판매 현장 강화는 산업계에 위기 돌파책으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 위기 타파형 임원 인사 = 삼성 임원 인사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기술과 연구개발 등 현장 전문가 발탁으로 요약되는 사장단 인사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계열사들은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조만간 신임 사장이 주재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곧이어 조직개편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업계획과 조직개편은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고 사업을 유지, 확대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을 기본 방향으로 삼아 단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임원 인사도 현장 중시형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삼성 관계자는 "경기 침체 속에서 사장단 인사가 변화와 위기타파를 목표로 진행된 만큼 임원 인사에서도 세계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국제감각과 추진력을 겸비한 인물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 짜여진 사장단은 경제위기에 대응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새 구성되는 임원진도 위기에 대응해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고 생산과 판매 현장을 누빌 수 있는 현장형 인물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포츠마케팅을 주로하는 해외홍보 기능이 최지성 사장 관할인 세트부문 쪽에 배치되고 최 사장은 세트부문장을 하는 동시에 무선사업부장을 겸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부품 부문에서는 권오현 반도체 사업담당 산하에 메모리사업부와 비메모리사업부 부장이 부사장급으로 배치되고, 차세대 저장장치로 주목받는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사업부가 별도로 신설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PC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 등이 배치돼 있는 세트부문에서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 '승진 잔치' 없다 = 삼성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단행되고 부사장 12명이 사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후속 임원 인사에서도 대폭적인 승진과 자리 이동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 속에 기업들의 판매 실적이 급감하는 추세 속에서 대폭의 승진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다 삼성은 지난 몇년 동안 사장단 인사 폭이 적었던 결과,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의 인사 적체가 심했기 때문에 이번 임원인사는 적체된 인사를 해소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대폭적인 승진과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삼성의 이번 임원 인사는 승진폭이 예년에 비해 소폭 줄고, 전체 임원 숫자도 소규모로 감소하는 선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사장으로 승진된 부사장이 많지만 그동안 부사장급에서 인사 적체가 심했기 때문에, 빈 부사장 자리에 전무가 올라가는 후속 승진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대폭적인 임원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으나 갑자기 사람을 많이 줄이면 해야할 일을 못하게 된다"며 "임원 승진규모나 전체 임원수는 소폭 줄어드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조직이 현장 중심으로 개편됨에 따라 부서간, 회사간 임원 이동은 많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