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은 뒤 3주가 지났다.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은 모습이지만 실물경기는 급전직하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9년은 채무불이행과 부도의 고통이 극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당좌거래정지를 당한 기업이나 사업주가 늘어났다. 앞으로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면서 빚을 못 갚는 기업이 줄이을 공산이 크다. 특히 건설 및 조선업 분야는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까지 출범한 만큼 부실기업 퇴출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부문이 중소기업이다.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300만여개 중소기업이 조업 중단,휴 · 폐업 사태로 내몰린다면 고용 악화,소비 부진이 초래됨은 물론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마저 상실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되돌아보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중소기업의 광공업 생산이나 수출증가율이 대기업보다 높았다. 위기 극복에 중소기업이 견인차였던 셈이다. 현재는 정반대다. 출하증가율이나 평균가동률 재고증가율 등 어느 지표에서도 대기업보다 부진하다. 중기의 기초체력이 취약해진 탓이다.

이런 마당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일자리다. 견실한 중소기업부터 반드시 살려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직접적이고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신용보증기관의 보증 확대를 통한 50조원 신규 지원 갖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내수 비중이 낮은 경제구조상 살 길은 수출 증진뿐이다. 이를 위해 은행권의 무역금융 확대가 필요하다. 문제는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시적으로 공적금융기관을 통해 기업에 대한 직접공급도 생각해볼 때다. 신흥 개도국에 대한 구체적인 시장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무역촉진단 파견 확대 등 지원을 강화할 필요성이 적지 않다. 중기 제품에 대한 공공구매를 확대하는 것 역시 시급하다. 지방공사의 중기제품 공공구매 비중은 1.8%로 39%에 이르는 국가기관과 비교도 안 된다. 중소기업주들은 우선 살아남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거래은행과의 밀접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자금을 확보하고 품질과 원가경쟁력을 높여야 하며 위험요인을 분산하기 위한 정보 습득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경제난 타개에 있어 명품 중소기업 육성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 없다. 독일과 일본이 수출대국이자 경제대국이 된 것도 특정 품목에서 세계를 제패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인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도 한 우물을 파온 중소기업이 보다 장기간 존속하면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가업승계가 보다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2세 경영후계자에 있어 가업 상속은 부의 세습이 아니라 고생의 대물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만성적인 자금난에 직원 충원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 중소기업을 물려받는 것보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이 편한 탓이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중소기업 가업상속에 한해 세금 감면혜택을 확대했지만 미진한 대목이 많다. 독일처럼 고용을 장기간 유지하는 대가로 세금 부과 시기를 늦춰주거나 장기 분납도 허용해야 한다. 가업승계 기업에 대한 이런 조치는 특혜가 아니다. 일자리 유지를 위한 최소의 투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