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시중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다.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은행 예금의 실질금리도 마이너스로 접어들자 증시로 쏠렸던 자금들은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대기성 자금에 머물면서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한 푼이라도 이자를 높게 주는 특판예금 등으로 몰려가고 있다.

◇ 시중자금 단기부동화 뚜렷

11일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인 이달 1∼7일까지 MMF에는 4조1천12억원이 몰렸다.

지난 달 MMF에는 4조6천725억원이 빠져나갔으나 7월 들어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의 예탁금도 지난 달 1조1천276억원이 줄었으나 이달에는 일주일 동안 7천152억원이 늘어났다.

이 기간 은행 특정금전신탁에도 1조5천642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특정금전신탁은 투자자가 직접 운용자산을 지정해 그 자산만을 편입, 운용하는 상품으로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는 데다 단기간 내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어 증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일시적으로 머무르기에 적합한 피난처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9일 현재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4조5천848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5천700억원 이상 늘었다.

기업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들이 일시적인 자금운용을 위해 만기가 짧고 유동성이 쉬운 초단기 특정금전신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주식형 펀드와 혼합형 펀드에는 지난 달 1조6천747억원과 7천790억원이 몰렸으나 7월에는 각 1천104억원과 3천547억원의 자금만 들어와 유입 속도가 둔화됐다.

또 예금은행의 총예금은 이달 들어 7일까지 3조3천878억원이나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요구불 예금은 1조4천664억원이 줄었으며 저축성 예금은 1조9천214억원이 감소했다.

◇ 고금리 따라 뭉칫돈 '우르르'

전체적인 은행 예금은 감소하고 있지만 일부 고금리 특판예금은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외환은행이 지난 7일부터 팔기 시작한 `마이 파트너 예금'에는 불과 나흘 동안 4천억원 가량의 뭉칫돈이 몰렸다.

금리가 연 6.50%인 이 상품은 애초 1조원 한도로 8월 말까지 판매될 예정이었으나 벌써 한도를 절반 가까이 채운 것이다.

농협이 이달 1일부터 선보인 `NH 하하예금'도 9일 현재 3천268억원을 유치했다.

하하예금은 기본금리(5.25%)에 조건에 따라 1.5%포인트의 금리를 추가해 최대 6.75%까지 이자를 지급한다.

시중은행들이 창구에서 고객들에게 팔고 있는 통장식 양도성예금증서(CD)도 인기몰이 중이다.

국민은행의 통장식 CD 잔액은 지난 8일 현재 24조7천23억원으로 6월 말에 비해 1조원 이상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1년짜리 통장식 CD의 금리는 현재 연 6.1% 수준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하루에 정기예금이 약 400억원씩 빠져나가는 대신 통장식 CD에는 400억원이 유입되고 있다"며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통장식 CD는 정기예금과 달리 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를 내지 않아 금리를 0.2%포인트 더 받을 수 있는 반면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고 중도 해지가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시중자금이 단기상품에 머물면서 관망하거나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금리에 따라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