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이틀째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배럴당 136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세계 경기의 둔화 조짐과 달러화 강세 속에 원유를 비롯한 상품시장에서 매도세가 이어 진데 따른 것으로 금, 은, 옥수수 등 다른 상품 가격도 하락세를 보였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5.33달러(3.8%) 떨어진 배럴당 136.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WTI의 하락폭은 3월19일 이후 가장 큰 것으로, 지난 3일 배럴당 145.8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이번 주 들어 이틀간의 거래에서 9달러 넘게 급락했다.

WTI는 이날 한때 6달러 넘게 떨어지며 135달러 초반에도 거래됐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5.37달러(3.8%) 떨어진 배럴당 136.50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둔화되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금융시장 불안의 지속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증시가 추락하는 등 경기 악화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 등이 반영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급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국상업회의소는 이날 자국내 약 5천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주문 감소와 비용 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압박이 가중됨에 따라 영국이 수 개월 내에 경기침체를 겪을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2분기 서비스.제조업 상품지수는 전분기의 17에서 -2로 추락, 1992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져 실적 악화를 보고한 기업 숫자가 실적 향상을 보고한 기업을 상회했다.

미국의 지난 5월 기존주택 판매가 예상보다 큰 폭인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주택시장이 여전히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5월 펜딩주택판매지수가 84.7을 기록, 4월의 88.9에 비해 4.7% 감소했다고 8일 밝혔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1)과 이란과의 협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전쟁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갈등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유가 하락에 기여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말레이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이슬람개발도상 8개국 정상회의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세계적 차원에서 평화와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장래에 전쟁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한편 전설적인 원유투자자인 분 피컨스 BP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원유시장이 투기나 달러 약세가 아니라 수급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올해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 당 15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유의 70% 가까이 수입하는 미국은 재앙에 매우 근접했다고도 우려했다.

피컨스는 그러나 향후 2년 간 유가 전망을 묻는 질문에 1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JP모건은 이날 원유선물가격이 이달 말에 배럴 당 15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리먼브러더스는 올해 평균 국제유가 전망치를 배럴 당 105달러에서 127달러로 상향조정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