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 여파로 흔들리고 있는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에 대한 한국 등 아시아와 중국 산유국의 대규모 자금지원은 국제금융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급격한 힘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저널은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에 대한 한국투자공사(KIC)와 일본과 싱가포르, 사우디 아라비아, 쿠웨이트의 191억달러 자금수혈은 미국 금융권의 침몰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이며 외국자본의 미국경제 매입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추세에 새로운 이정표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지난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동으로 신용위기가 불거진 이후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이 기록한 손실이 국내총생산(GDP)의 0.7%에 달하는 1천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경제성장과 과잉을 불러왔던 자금의 공급원이었던 미국 금융기관들을 불과 얼마 전까지도 위기를 겪던 나라에 손을 벌리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 세인트 존즈대학의 앤서니 사비노 교수는 전통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위기에 빠진 국가와 기업을 구제해왔던 것이 미국 경제와 자본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자본 수혈은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 전개라고 말했다.

저널은 또한 월스트리트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원에 대해 정치권이 지금까지 반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그만큼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의 사정이 다급한 것이며 외부 자금수혈 외에 대안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널은 지난해 두바이 포트월드의 미국 항만운영권 매입이 정치권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월스트리트에 대한 외국자본 수혈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가 사뭇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치권이 외국자본 유입 이외에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은 "우리는 돈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금융권의 손실규모를 감안할 때 외국자본 수혈이 도움이 되고 있으며 외국자본 수혈이 없었더라면 상황은 더욱 나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