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로 보즈니악 폴란드 경제부 장관은 과연 '바쁘신 몸'이었다.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든 각종 프로젝트를 챙기랴,몰려드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나랴….몸뚱이 하나론 부족한 모양새였다.

인터뷰가 잡힌 날에도 그랬다.

앞선 미팅이 늦게 끝난 탓에 30분이 지난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 그는 "다음 미팅 때문에 15분 이상 인터뷰할 시간이 없다"며 "I am sorry"를 연발했다.

그러던 그에게 "폴란드의 경제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얘기해 달라"는 질문을 던지자 무려 20분에 걸친 긴 답변이 돌아왔다.

두 번째,세 번째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폴란드 경제에 대해 자랑할 게 그렇게 많았는지,통역을 위해 제지하지 않았더라면 질문마다 한 시간도 넘길 기세였다.

보즈니악 장관은 폴란드 경제의 현주소를 끊임없이 몰려드는 FDI(외국인직접투자)로 풀어냈다.

"지난해 폴란드에 유입된 FDI는 사상 최대인 147억유로에 달했습니다.

놀라운 건 폴란드 정부가 외자유치를 위해 경쟁국과 차별화된 유인책을 마련하지도 않았는데 외국 투자자들이 '알아서'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들 기업은 폴란드에서 거둔 이익 대부분을 이곳에 재투자합니다.

그만큼 폴란드 시장을 신뢰한다는 증거겠지요."

보즈니악 장관은 특히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전자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폴란드가 유럽의 'TV 생산기지'로 위상이 높아진 데 대해 큰 자부심을 나타냈다.

"LG전자와 LG필립스LCD가 브로츠와프에 둥지를 튼 데 이어 일본 샤프와 도시바 등도 폴란드에 입성했습니다.

2010년께면 폴란드에서 생산되는 TV 대수가 연 38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럽 전역에 판매되는 TV의 대부분이 '메이드 인 폴란드'가 된다는 얘기지요."

보즈니악 장관은 인터뷰 도중 수차례에 걸쳐 "폴란드 시장은 모든 분야에서 열려 있다"며 "한국기업들도 폴란드에서 많은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 대한 평판을 묻는 질문에 "베리 굿"이라며 "특히 브로츠와프의 'LG 클러스터'는 모범적인 외국기업 투자 사례로 손꼽힌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투자를 원하는 모든 기업에 대해 열려 있습니다. 외국기업에 대한 혜택은 있어도 차별은 없어요. 특히 IT 항공우주 등 기술 중심적인 산업의 경우 법인세 등을 감면해 주는 전국 14개 특별경제구역에 입주할 수 있습니다. 기술력 있는 한국기업들이 폴란드로 오기를 희망합니다."

바르샤바=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