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화두는 중앙아시아 펀드다.

넘쳐나는 오일머니에 힘입어 급성장하는 이 지역을 펀드에 담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

베트남 인도 중국 펀드의 인기가 다소 시들해지자 중앙아시아를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투신운용 한화투신운용 서울자산운용 등이 공모 또는 사모 형태로 관련 펀드를 설정했거나 추진 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우리CS 러시아 익스플로러 주식펀드'를 우리은행과 공동 판매하고 있다.

편입 대상은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카자흐스탄의 사무실이나 아파트.주차시설이나 주가지수를 편입하려는 투자운용사도 늘고 있다.

유전이나 천연가스전에 대한 관심도 높다.

금융사들은 연간 10%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에게 연 7%의 수익배당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같은 열풍을 반영,지난 6월 증권업협회 회장단과 증권사 대표들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시찰했다.

알마티에서 한인일보를 발행하는 김상욱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건설업자들이 많이 왔지만 올해는 금융인들의 발길이 가장 잦다"고 전했다.

국내 건설업체들도 '붐 스트라이젤스트바'(건설 붐)를 잡기 위해 카자흐스탄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20여개사가 신수도인 아스타나와 제1도시인 알마티를 다녀갔으며,10여개 업체는 현지 시공사와 손잡고 건설에 나섰거나 사업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일하이빌과 우림은 각각 아스타나와 알마티에서 대단위 아파트 건설에 한창이다.

모델하우스 빌트인 실내장식 온돌 등 우리의 독특한 아파트 문화를 접목해 인기를 끌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동일하이빌과 같이 그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기업도 나온다.

하지만 현지의 법과 문화를 이해하기에 앞서 유행처럼 현지 투자에 나설 경우 상당한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게 알마티와 타슈켄트에 거주하는 주재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사실 금융업계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한화증권이 카스피안 홀딩스를 운영하는 유리 최와 합작 금융회사인 세븐리버스 캐피탈을 알마티에 세운 게 유일하다.

국민은행 현대증권 정도가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의 경우 진출 소문만 요란할 뿐 그 실체가 확인된 곳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금융인사는 "알마티의 경우 주택 가격이 너무 오른 데다 신규 진출 건설업체는 부지 확보란 부담을 안고 있어 펀드편입 물건의 수익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알마티에선 아파트 선분양이 금지된 데다 분양수익금의 12%를 반드시 유보해야 하는 새로운 규정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간 주가가 100%씩 급등하고 있지만 아직도 증시규모가 작아 자칫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는 문제도 안고 있다.

이와 관련,박성호 전 코트라 알마티 관장(8월1일부 본사 귀임)은 "한국에서 리모컨으로 이곳 사업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지에 거점을 마련한 뒤 구체적인 사업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카자흐 민족은 이익에 따라 파트너를 바꾸는 유목민 기질이 강하다"며 "파트너 관계를 맺으면 계약서에 사소한 것도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동승 LG전자 알마티법인장은 "여성들의 출산휴가가 3년이며,반드시 복직시켜야 한다는 규정을 모르고 사업을 했다간 낭패를 보게 된다"며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중앙아시아의 노무관계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조언했다.

알마티·아스타나·타슈켄트=김영규 기자 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