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6차협상] 車ㆍ의약품 등 핵심부문 이견 못좁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결국 협상 시한인 3월 말에나 가야 타결이 될지 여부를 알 수 있게 됐다.
양국은 19일 끝난 6차 협상에서 수석대표들이 직접 10여 차례나 만나며 자동차 의약품 무역구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를 거듭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분과별 회의를 계속한 농업이나 섬유 분야에서는 고위급 논의를 시작할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상품(공산품)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도출해냈지만 이 같은 핵심 쟁점에서 진전이 없어 협상 타결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핵심 쟁점 타결은 '안개 속'
양국은 이번에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실무협상에선 '주고 받기'가 가능한 현안만 타결짓고 핵심 현안인 자동차 의약품 무역구제 분과는 수석대표 간 회담으로 풀어가기로 했다.
이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상품(공산품)에선 미국은 자동차·부품 등 53개,한국은 정밀화학제품 등 83개를 제외한 7000~8000여개에 이르는 모든 공산품의 관세를 최장 10년 이내에 없애기로 했다.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이는 우리가 다른 나라와 맺은 FTA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융서비스 환경 서비스 총칙 등 분야에서도 작은 쟁점은 대부분 합의,'가지치기'를 완료했다.
그러나 자동차 의약품 무역구제 핵심 쟁점은 수석대표 간 연쇄회동을 벌였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해온 자동차 세제 개선안,약가적정화방안 개선안 등을 제시했으며 미국도 무역구제 추가 개선,쌀의 FTA 제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핵심 쟁점은 양쪽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찾아보기 위해 여러 상황을 가정해 의견을 교환 하고 있다"며 "책임지고 최종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위급 막후 접촉 본격화
핵심 쟁점 조율은 이제 시작이다.
김 대표는 "3주 뒤에 열리는 7차 협상까지 처리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며 "이견을 좁히기 위해 각자 (윗선과) 조정 작업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동차 등이 우선순위가 높다지만 그 게 풀린다고 모든 것이 다 풀리는 것도 아니다.
숙제를 해서 다시 만났을 때 절충에 가까운 결론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커틀러 대표도 "7차 협상 전까지 실무선과 수석대표급,그 이상의 고위급 차원에서 계속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협상단은 향후 1~2주간 내부 회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한 뒤 통상장관이 참여하는 고위급 회담을 열어 절충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 7차 협상에서 최종 '패키지 협상안'을 만들어 내 일괄 타결을 시도한다는 게 양국의 계획이다.
'패키지'란 양국이 끝까지 맞선 핵심쟁점을 연계해 이익의 균형을 맞춘 '최종 빅딜안'이다.
미국 측이 "FTA 타결에 필수"라고 강조하는 쇠고기 문제도 워싱턴에서 이태식 미국대사가 '비프벨트(쇠고기 생산지대)' 출신 의원들과 접촉하는 등 논의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3월 8차 협상도 고려
양측은 3월에 8차 협상을 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7차 협상에서 타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농산물과 섬유 등 진도가 늦은 핵심 쟁점들은 8차 협상이나 별도의 고위급 협상을 통한 추가 돌파구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협상은 미 행정부에 부여된 무역촉진권(TPA)이 끝나는 4월1일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야 한다.
그 때까지 미 협상단이 미 의회에 합의된 협정문을 내지 못하면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고 말기 때문이다.
'TPA가 만료된 이후에도 협상은 가능하다'는 게 양국 협상단의 공식 입장이지만 시한을 앞두고도 진전이 없었던 협상이 모멘텀을 잃은 상태에서 진전될리가 없다.
이럴 경우 한·미 FTA는 한·일 FTA와 같이 중장기 과제로 밀리게 된다.
양국 간 통상 관계가 냉랭해지며 쇠고기 뼈 조각 문제가 다른 통상마찰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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