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계는 신속한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여부에 내년도 기업 성장의 사활이 걸렸다고 판단, 의회에 대한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28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미 제조업계의 대(對) 의회 로비를 주도하고 있는 건설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의 짐 오웬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차기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 등 핵심 민주당 의원들을 잇따라 만나 양자 FTA 비준안 신속 처리를 요청했다.

미 제조업계가 대 의회 로비에 적극 나선 것은 지난 달 7일 중간선거 승리로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콜롬비아, 페루, 파나마 등 중남미국과의 양자 FTA를 비준할지가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 제조업계 로비스트들은 이들 국가와의 양자 FTA 비준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는 미 제조업계로서는 국내 경기 둔화를 수출로 상쇄해야 하는 만큼 무역의 중요성이 더 커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새로 장악한 의회와 부시 행정부 사이에 노동 관련 조항 등 양자 FTA의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는 조짐은 아직 없다.

민주당측은 내외국인 노동자를 아울러 보호하기 위해 양자 FTA에 훨씬 엄격한 노동 관련 규정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제조업 단체들은 이런 조항이 결국 미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축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노조는 캐터필러와 같은 제조업체들이 취약한 노동기준을 악용, 임금을 착취하고 근로조건을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한다.

미 의회 지도부와 무역대표부(USTR)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타협을 하게 되면 노동기준이 지금보다는 강화될 수밖에 없어 미 제조업계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부시 행정부가 양자 FTA 비준안 의회 표결을 강행토록 해 결국 참패를 자초할 가능성도 예견된다.

에드워드 라지어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은 최근 민주당의 "고립주의"적인 무역 조치와 세금 인상이 경제에 큰 위험을 던지고 있으며 경기 후퇴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송년 기자회견에서 무역에 관한 초당적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고 미 제조업계의 대 의회 로비 강화는 이런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려는 포석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 제조업계는 양자 FTA가 무관세를 무기로 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원자재 수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품 및 완성품 생산 기지의 해외 이전을 용이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sungb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