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패널 가격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주춤했던 대만 LCD업체들이 LCD 맹주 한국에 대한 `역습'을 시작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만 LCD 업체들은 최근 잇따라 공격적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정부의 전폭적 지지하에 LCD TV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한국 추격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특히 7세대 유리 규격에서 세계 2위 업체인 LG필립스LCD와 공조하며 연합전선을 구축, 대대적인 원가절감 효과를 바탕으로 1위 삼성에 대한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 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 대만간 대형 LCD 패널 월간 판매량 격차는 작년 말 100만개에 달했으나 올해 1월 49만대, 2월 40만대에 이어 3월에는 22만대까지로 좁혀져 양적인 측면에서 대만이 턱밑까지 따라온 상황이다. 삼성, LG가 7세대 양산에 이미 들어갔거나 곧 돌입하는 마당에 대만업체까지 양적 팽창에 가세, 다소 안정국면으로 드는 듯 했던 LCD 수급이 다시 불안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 업체들은 세대 경쟁에서 한국에 1-2년 가량씩 뒤지고 있어 생산량에서 쫓아온다 해도 전체 경쟁력에서는 아직 한 수 아래"라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면 생산량 증가분은 충분히 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 공격적 투자 행보 `잰걸음' = 지난해 하반기 이후 패널공급 과잉 및 수익성 악화로 대만 LCD 업계에서는 투자 지연 및 축소 얘기가 나돌았지만 최근 들어 대만 업체들은 공격적 투자쪽으로 급선회했다. 대만 1위 업체인 AUO는 11억 달러를 투입, 2006년 2분기 장비입고를 거쳐 4분기 3만장 규모로 7세대 가동에 본격 돌입키로 했다. 이와 함께 올해 3월 양산을 시작한 6세대의 경우 연말까지 월 6만장 규모로 풀가동할 계획이다. 대만 2위업체인 CMO는 풀가동시 월 생산량 12만장을 목표로 올해 1월 가동에 들어간 5.5세대에 월 6만장 규모를 추가 투입하기 위해 6억3천400만 달러를 투자, 2006년말 5.5세대 생산량을 월 18만장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올해 2분기부터 7세대 건설을 시작, 2007년 2분기부터 월 3만장 규모로 1단계 양산을 시작하되 5세대(`1100×1300㎜')라인도 2006년 4분기부터 가동, 7세대 가동 이전까지 42, 47인치 등 TV용 대형 패널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스타는 올해 1분기 5세대 가동을 시작, 17,19인치 모니터 및 대형 LCD TV 용 패널 위주로 제품 라인업을 재편하고 있으며 2006년께 6세대 장비 입고를 진행한다. 콴타와 CPT도 올해 2분기, 4분기 각각 6세대 양산에 `시동'을 건다. ◆대규모 클러스터로 `힘모은다' = 대만 정부와 치메이(CMO) 그룹은 150억 대만 달러(약 5천50억원)를 투입, 오는 2007년까지 50여개의 LCD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는 `LCD TV 전문 클러스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위치는 대만 공업단지가 몰려있는 타이난(台南) 지역으로 클러스터 건설 작업에 정부와 주요 LCD 패널업체들이 대거 공동 참여할 예정이어서 범국가 차원의 대규모 LCD TV 집적단지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다수의 관련업체들이 LCD 부문에서 공동 입주하는 클러스터 조성은 이례적인 것인데다 특히 대만이 LCD 패널 부문에서 한국을 맹추격중인 가운데 추진되는 작업인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이 클러스터 건설 작업은 타이난 지방 정부가 개발업무를 CMO에 일괄 위탁한 상태로, CMO측은 이 클러스터를 패널공장에서 생산된 LCD 패널을 완제품 TV로 조립하는 원스톱 생산거점으로 육성, 물류 및 개발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2007년 완공 후 연간 500만대 생산, 약 2조1천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패널 및 세트제품의 일관 생산으로 원가 및 효율성에서 적지 않은 효과를 볼 수 있어 한국 업계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7세대 `세불리기'로 표준화서 삼성 `견제' = 대만 1, 2위 LCD 업체인 AUO와 CMO는 최근 7세대 유리기판 규격을 나란히 `1950×2250㎜'로 확정했다. 이는 내년 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LG필립스LCD의 7세대 유리기판과 동일한 것으로, 42인치, 47인치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가동에 들어간 `삼성-소니'(`1천870㎜×2천200㎜')의 40인치, 46인치에 맞서 초대형 시장의 표준화 `패권'을 주도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6세대를 거치지 않고 7세대로 바로 넘어간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경우 그동안 6세대 라인 가동으로 `보조'를 맞춰온 상태여서 이들 업체가 7세대에서도 연합전선을 구축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돼온 부분이다. 대만 업체들이 삼성과 LG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가운데 대만의 LCD 선두주자인 AUO, CMO의 이같은 결정으로 나머지 대만업체들도 6세대 진영의 `세 불리기'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특히 6세대 진영은 같은 유리기판을 채택하는 업체들이 많아질수록 `규모의 경제'를 실현, 향후 큰 폭의 원가 절감을 통해 삼성-소니 진영 대비 가격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30인치 LCD TV 가격을 150만선으로 파격 인하, 대대적 공세에 나선 미국 델측에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곳도 대만업체들로 알려져 대만업체들이 델 등 TV 부문 후발주자들을 앞세워 패널 시장 파이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대만업체들의 `향배'는 패널 가격 추이 및 7세대 표준화 승리 여부에 달려있다"며 "30인치 패널의 경우 이미 표준화를 주도한 32인치에 대한 `과도기'적 성격이 큰 만큼 델 등의 공세가 한국 등 대만의 경쟁업체에게 줄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