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전화 시장 '넘버 2'를 놓고 벌이는 삼성전자[005930]와 모토로라의 경쟁이 갈수록 흥미를 더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모토로라의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다시 모토로라를 따돌린 반면 모토로라는 판매대수에서 2분기 연속 삼성전자에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토로라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총 2천870만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해 매출 44억1천400만달러, 영업이익 4억4천만달러(영업이익률 10.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1분기에 2천450만대를 판매해 매출 45억3천400만달러, 영업이익 8억6천700만달러(영업이익률 19.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43억7천만 달러, 영업이익 2억1천700만 달러로 모토로라(매출 49억4천700만달러, 영업이익 5억2천600만달러)에 역전을 허용했으나 1분기만에 매출에서 세계 2위 자리를 되찾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2003년 1분기부터 매출에서 모토로라를 앞서기 시작했고 지난해 3분기에는 판매대수도 앞선 바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1분기에 영업이익에서 모토로라의 두 배 가까운 실적을 올렸고 영업이익률도 9% 포인트 이상 앞섰다. 반면 모토로라는 지난해 4분기에 판매대수 기준 세계 2위 자리를 되찾은 데 이어 이번 1분기에도 삼성전자에 420만대의 격차를 유지함으로써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모토로라는 특히 북미지역에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남미에서도 세계 1위 노키아를 제치고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모토로라는 애드워드 잰더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업무 라인을 단축하는 등 파격적인 조직 경영으로 회사 분위기를 일신한 데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플립형 카메라폰 'RAZR(레이저) V3'와 음성인식 기술, 게임 다운그레이드 기능이 탑재된 `V256'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두 회사의 세계 2위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두 회사의 목표점이 다를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순위 다툼보다는 고급브랜드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기태 사장도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고의 우선 순위는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혁신적인 디자인과 진보적인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라면서 순위 다툼에 연연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즉 삼성전자는 판매대수 면에서 모토로라와 경쟁하되 높은 평균판매가격(ASP)을 고수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 질적인 면에서 확고한 2위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서로 다른 잣대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두 회사의 2위 경쟁이 어떤 결말을 낼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석기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