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업만이 살 길입니다. 이게 없었다면 전 벌써 망했을 겁니다." 친환경 농업만이 FTA(자유무역협정)시대의 유일한 생존책으로 믿고 있는 서울 서초구 원지동의 김대환씨(유창농원 대표ㆍ58). 그는 대표 작물인 알로에로 지난 2001년 농림부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그 때부터 유기농법 연구에 몰두했다는 김씨는 환갑을 목전에 둔 나이지만 "어제도 밤을 새며 알로에 관련 서적을 뒤적였다"고 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알로에 농사를 시작한 것은 1995년. 공직을 접고 전업농으로 인생의 방향을 튼 지 5년만의 일이다. 많은 알로에종 중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알로에 사포나리아종을 노린게 성공의 비결이었다는게 김씨 설명이다. 95년 당시만 해도 국내 알로에는 대부분 잎 크기가 큰 베라종이었다. 베라종은 껍질을 먹을 수 없고 가공해 약품이나 음료용만으로 쓰였지만 사포나리아종은 생잎 그대로 껍질째 즙으로 갈아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김 사장은 여기서 사포나리아종을 식용으로 상품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러나 당시 사포나리아종 생잎을 들고 농협 등 할인매장 문을 두드려봤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모두들 안된다고만 하더라고요. 사포나리아는 관상용으로만 생각한데다 보통 사람들은 이게 알로에인 사실조차 모르더군요." 문전박대는 이후 3년간 계속됐지만 김씨는 꺾이지 않았다. 농협 하나로클럽도 김 사장의 끈기에 드디어 손을 들기 시작했다. 하나로클럽 관계자는 "3년 동안 매달리는데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10개씩만 진열대에 올려달라고 애원해 하는 수 없이 갖다놨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유창농원은 그 후로 평탄한 길을 걸은 것만은 아니었다. "처음엔 좀 팔린다 싶더니 정말 껍질째 먹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쳤죠." 그 때부터 김 사장에게 유기농은 선택이 아닌 생존대책이 됐다. 3년간 미생물 유기농법을 끈질기게 고집해 2001년 드디어 알로에를 대표작물로 해 농림부 유기농 인증을 받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 날 김씨 가족은 얼싸안고 울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큰 아들도 아버지 사업을 도와 현재 양재와 의정부 농원 1천8백평에서 연간 매출 3억원을 올리고 있다. "일본 수출은 이미 시작했고 조만간 중국시장도 뚫을 겁니다. 시장조사를 한 결과 사포나리아종이 없는 걸 확인했거든요. 수출이 본격화되면 농장도 1만평 이상으로 확장할 거예요." 080-574-0295 ----------------------------------------------------------------- < 벤처농업의 5대 생존전략 > 1. 벤처농업은 가치창조의 산업이다. =>농산물은 수확전 과정처럼 수확후 과정도 중요하다. 2. 벤처농업은 틈새시장을 지향해야 한다.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이제 양보다 질, 그리고 기능성쪽으로 바뀌고 있다. 3. 벤처농업은 더이상 1차산업이 아니다. =>생명공학 관광산업 등 첨단 산업과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4. 벤처농업은 수출산업이다. =>국제적인 안목을 갖고 외국인의 소비패턴 및 시장상황을 읽어야 한다. 5. 벤처농업은 산학협동을 지향해야 한다. =>전문가 집단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문지식을 농업에 활용해야 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