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중 도소매 판매가 60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내수소비가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다.


설비투자마저 전년 동월 대비 8.1% 줄어드는 등 감소폭이 전달보다 확대돼 최근의 수출 호조만으로 경기 호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은 29일 '1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산업생산이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달 증가율(7.4%)보다 2.7%포인트 떨어진 데다 공장가동률마저 80.0%로 전달보다 1.2%포인트 하락, 'W'자형 경기하락(더블딥)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내수소비는 '최소한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부 연구기관들의 전망과 달리 도소매 증감률이 전달보다 2.1%포인트 낮아졌고 설비투자는 4.3%포인트 떨어져 '경기 저점 통과'가 아니라 '바닥 밑 지하(地下)'로 가라앉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김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11월에는 노조 파업이나 휴무일 등의 변수도 없었다"며 "신용카드 복권제 실시와 특별소비세 인하조치 등 2001년의 내수부양 조치들로 인해 생겼던 내수소비 거품이 꺼짐에 따라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수출 출하는 11월에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하는 등 6개월 이상 두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소매 판매가 9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극심한 '내수-수출' 양극화 현상은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처음 발생한 일이다.


특히 11월중 도소매판매 부진은 산업용 중간재와 기계장비 판매 감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나 내수소비 위축이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내수소비를 견인했던 건설은 공사실적(기성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 증가했으나 공사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 감소, 향후 내수소비를 위축시킬 불안요인으로 등장했다.


반면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6%포인트 오르고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1%포인트 상승, 수치로 나타나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상승세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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