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난 3분기(7~9월) 경제 성적표인 한국은행의 국내총생산(GDP)추계 결과를 들여다보면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들이 엿보이지만 "L"자형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이 2.3%에 그쳐 당초 전망치(2.7%)에 못미쳤지만 성장률 자체보다는 경기흐름이 반전됐다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특히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전기대비" 성장률이 올 들어 처음 플러스로 돌아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4분기에도 수출이 호조인 점을 감안해 올해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그러나 검찰의 기업 비자금 수사확대로 설비투자가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카드사 문제,노사갈등,테러 위협 등이 내수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회복세를 낙관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서히 나타나는 경기회복 조짐 한은 발표에 따르면 계절적인 요인들을 제거한 전기대비 GDP 증가율이 3분기중 1.1%를 기록했다. 미국처럼 연율로 계산하면 4.7% 정도의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전기대비 GDP 증가율은 올 1분기(-0.4%)와 2분기(-0.7%)에 연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때 국내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국면(recession)'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내수시장에도 미약하나마 조금씩 온기가 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인 내수경기 지표인 민간소비는 전년동기대비 1.9% 감소해 2분기 연속 뒷걸음질 쳤지만 전분기에 비해서는 1.2% 증가세로 반전돼 소비심리 위축현상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성종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전년동기대비 성장률보다는 전기대비 실질 GDP가 3분기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며 "수출 호조세가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어 4분기에는 좀 더 강한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올해 3% 달성,가능한가 전년동기대비 GDP 증가율이 3분기에 2.3%로 집계됨에 따라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은 2.6%를 기록했다. 산술적으로 볼 때 정부 목표치인 연간 3%대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4분기 GDP가 4.1%이상 증가해야 한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6.8%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쉽게 달성될 수 있는 목표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3%대 성장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내수가 걱정이긴 하지만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올 4분기에 4%대 초반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당초 2.8%로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다음달중 소폭 상향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내년이 걱정이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징후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내년부터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카드 문제가 수습국면에 들어서긴 했어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고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테러 위협이나 격화되는 노사·사회문제 등도 향후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기업에 대한 검찰수사가 확대되면서 설비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3분기 설비투자는 4.7% 감소,전분기(-0.8%)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비자금 수사 등 최근에 불거진 악재들은 시차를 두고 내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정부에서는 내년 5% 성장을 낙관하지만 정치·사회적인 안정없이 경제만 홀로 성장할 순 없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