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이 현대그룹의 국민기업화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 정상영 KCC 명예회장측의 그룹인수에 대항한 실질적인 경영권 방어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현회장은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발행가를 낮추고 기관투자자를 끌어들이는 한편 무상증자를 단행하는 방식으로 주식발행을 성공적으로완료하기로 했다. 특히 현회장은 실권주 발생시 3자 배정을 하지 않기로 결정, 주식 발행이 단순한 경영권 방어 차원이 아닌 진정한 국민기업화를 위한 기반 조성 측면에서 이뤄졌다는 `명분'을 강조했다. 현회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상선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기업화는 결코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우량기업의 공모주 발행을 통해 많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소액주주로 참여, 대주주의 전횡을 막아 기업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한 취지"라고 강조했다. 현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그룹 회장으로서의 공식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특히 "남편(고 정몽헌회장)은 예전부터 국민기업화를 생각해 왔었다"며 "이같은 남편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경영진과 상의, 그룹의 미래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작업을 차질없이 완수하기 위해 발행예정가를 4만900원으로 낮추고 청약일도 다음달 1-2일에서 15-16일로 연기하는 한편 1인당 청약한도도 200주에서 300주로 늘렸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번 공모가 경영권 방어 차원이 아님을 확실히 하기 위해 실권주가발생하더라도 제3자 배정을 하지 않고 청약분에 대해서만 공모주를 발행키로 했다고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사주 조합 우선배정분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은 기관투자가 65%,일반투자자 35% 비율로 배정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주주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다음달 31일 217억원 규모의 무상증자(무상주 28% 배정)를 실시,자본금을 1천억원 규모로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그룹은 포스코나 KT처럼 소액주주가 주인이 되는 기업으로 재도약하게 될 것"이라며 "본인의 지분(김문희 여사로부터 의결권 위임받은 엘리베이터 기존대주주지분) 비율도 증자로 10%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경영경험이 없다는 것과 경영능력이 없다는 것은 별개이며 전문경영인이 능력을 최대 발휘하도록 지원하겠다"며 "전문경영인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인사권한은 이사회에게 있지 나에게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KCC의 법적 대응 가능성 등과 관련, "이사회에서 적법절차를 거쳐 결정한 내용이니 만큼 KCC의 대응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고 있다"며 "정 명예회장을 `훌륭한 경영자'로 존경하고 있으며 자문을 계속 구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사업과 관련, "남북경협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의 유지이자 현대의 핵심 사업중 하나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자유치 등을 통해 수익성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정부의 역할도 어느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현대가의 분위기 등 가족사에 대한 질문에는 "대화를 통해 잘 풀어나가겠다"며 "구체적인 가족사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을 피했으며 구체적 사업다각화 구상에 대해서도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회장은 "(자녀의 경영권 참여는) 능력이 있으면 할 수도 있다"고 밝혀일각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국민기업화 취지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