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여행·식사배달’ 뉴비즈 급부상 심리학 관련 잡지인 의 편집장인 로버트 엡스타인 박사는 화려한 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다. 회사에서 퇴근한 후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가끔 데이트도 즐긴다. 주말이면 가죽점퍼를 입고 오토바이의 속도가 주는 스릴을 만끽하곤 한다. 엡스타인 박사는 49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싱글 생활을 마음껏 누리며 살고 있다. 미국에서 싱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싱글이 21세기를 주도할 새로운 소비자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모든 싱글이 고소득자는 아니지만, 싱글은 가처분소득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만큼 자신을 위한 소비가 많아 매력적인 소비자그룹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싱글은 혼자 사는 미혼남녀에 이혼한 편부 또는 편모 가정까지 포함한다. 현재 미국 싱글 숫자는 약 8,600만명. 그중 5,100만명은 한번도 결혼을 하지 않은 순수한 독신이다. 2,100만명은 이혼, 1,400만명 사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인구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0년 전체인구의 44.9%를 차지하던 싱글은 2002년 49.5%로 늘어났다. 미국 노동인구의 42%, 주택구입자의 40%, 유권자의 35%가 싱글이다. 미국의 싱글 인구는 지난 60~70년대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성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 18세 이상 싱글은 70년 3,750만명(전체 미혼자의 28.3%), 80년 5,490만명(34.4%), 90년 6,920만명(38.1%), 2000년 8,155만1,000명(40.4%)으로 늘었다. 2010년에는 1억619만명(47.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명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싱글 가구도 늘고 있다. 가구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단위를 구성하기 때문에 중요한 지표다. 싱글 가구는 80년 이후 이미 20%를 넘어섰지만 지금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표참조). 그만큼 사회에서 싱글 대한 인식이 낮았다는 것. 막대한 구매력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소비자그룹이 싱글이다. 최근 싱글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가 활발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싱글 비즈니스는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미팅 비즈니스다. 한국에서는 결혼을 전제로 한 미팅 비즈니스가 주류지만 미국은 단순한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미팅 사이트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미국 미팅 비즈니스 시장 규모는 9억1,7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싱글을 대상으로 한 여행 비즈니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여행사들은 싱글을 위한 여행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싱글만을 고객으로 하는 싱글 전문여행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싱글들의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비즈니스도 선보이고 있다. 식사배달 비즈니스가 대표적. 싱글들은 혼자 생활하기 때문에 식생활이 불규칙하다. 식사를 준비하기 귀찮아서 대충 넘어가기 일쑤다. 따라서 매일 먹을 식사를 맛과 영양까지 고려해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싱글들 사이에 인기다. 식사배달 서비스는 물론 싱글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고객들이 싱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 비즈니스도 싱글 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TV 프로그램에서 싱글 바람을 실감할 수 있다. 미국 TV의 유명 드라마 주인공은 대부분 싱글이다. 뉴욕 맨해튼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인 , 남자 동성애자와 여자 룸메이트 간의 우정을 코믹하게 그린 , 뉴욕커 여성 3명의 일상을 솔직하게 표현한 등 인기 있는 드라마는 거의 싱글이 주인공이다. 싱글이 미국 경제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일반 기업들도 비즈니스 전략을 변경해야 할 상황이다. 싱글을 잡지 못하면 이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로 광고를 들 수 있다. 전통적인 가족구성과 가족윤리를 바탕으로 한 광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단란한 가정을 그린 광고가 싱글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줘 매출이 하락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컨설팅회사인 브리티시리테일컨소시엄의 데이비드 사우스웰씨 “싱글은 커플이나 가족단위보다 구매력이 크다”며 “앞으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가족이나 커플 중심에서 싱글 위주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싱글은 미국 경제지도만 바꾸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구조도 바꾸고 있다. 정치인들이 싱글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싱글 인구 증가와 함께 싱글 유권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대통령선거에서 싱글 유권자는 35%에 달했다. 는 최근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이기려면 싱글 여성 유권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도했다. 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앨 고어 후보를 지지하는 기혼여성은 큰 차이가 없었다. 부시 대통령이 겨우 1%포인트 앞섰다. 반면 고어 후보를 지지한 미혼여성은 부시 대통령 지지자보다 31%포인트나 많았다. 다만 기혼여성은 62%가 투표를 했지만 미혼여성은 43%에 그쳤다. 고어 후보가 미혼여성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학 벨라 디폴로 교수는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미혼 유권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며 “정치인들이 앞으로 미혼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싱글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면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미국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싱글은 여전히 불이익을 많이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혼한 커플은 세금혜택을 받지만 싱글은 그렇지 못하다. 의료보험을 비롯한 각종 혜택 차이로 실질임금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싱글협회의 토머스 콜만 회장은 결혼한 커플 중심의 사회구조 때문에 미혼자는 기혼자보다 실질임금이 25%나 낮다고 지적했다. 콜만 회장은 “싱글도 결혼한 커플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서 싱글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확한 시장조사조차 나와 있지 않다. 인구통계국에서 인구구성비를 조사한 것이 전부다. 그렇지만 기업들은 서둘러 새로운 시장상황에 적응할 전략을 짜야 한다. 싱글 인구구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각 그룹에 따른 시장 공략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싱글 가구도 222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싱글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지만 한계가 있다. 싱글이 늘면서 혼자 사는 원룸수요가 늘고 있고, 소형 가전제품이 많이 팔이고 있다는 정도만 거론되고 있다. 싱글은 강력한 소비자 계층이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싱글을 타깃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싱글을 잡으면 21세기를 주도할 수 있다. zeneca@unitel.co.kr